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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감히 내가 현종 연기를…"고려거란전쟁" 부담 컸죠"
연합뉴스
입력 03.14.2024 09:02 AM
조회 286
"현종의 성장 표현하려 노력…나라 지키려는 노력에 감정 복받쳐"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배우 김동준
"사실 고려 현종이 어떤 분인지 잘 알지 못했어요. 자료를 찾아보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죠. 이렇게 많은 업적을 이루고 제가 밟은 땅을 지킨 분인데도 잘 몰랐으니까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서 고려시대 현종을 연기한 김동준은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 8대 왕인 현종은 2·3차 여요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내정을 정비해 고려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존경받는 실존 인물인 만큼 배역을 맡은 배우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강감찬 역할의 최수종과 강조 역할의 이원종, 양규 역할의 지승현 등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주연을 맡은 점도 어깨를 무겁게 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준은 "감히 내가 현종을 연기해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최수종 선배님과 감독님을 뵙고 '이분들과 함께라면 같이 그려낼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이 갑자기 왕이 돼서 늘 긴장하고 날이 서 있는 왕순(현종의 이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저의 부담감을 연기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방송 화면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현종은 어려운 상황을 극적으로 극복한 인물이고, 드라마에도 이 같은 생애가 반영됐다.
고려 태조 왕건의 손자인 왕순은 이른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는다. 왕실의 후계 다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타의에 의해 승려가 돼 절에 가게 되고, 이후 암살당할 위기에 빠졌다가 간신히 벗어난다.
왕순은 죽을 고비 끝에 왕위에 오르지만, 선대 왕을 시해하고 실권을 잡은 강조(이원종)의 눈치를 살피는 꼭두각시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즉위 1년 만에 거란이 쳐들어온다.
김동준은 "절에서 시작해서 처음 궁궐에 들어가는 초반부까지는 촬영 직전에 늘 '지금 나는 왕이 아니다, 아직 왕이 안 됐다'고 되뇌었다"며 "그래야 큰 폭으로 성장하는 현종의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설명처럼 '고려거란전쟁' 초반부 왕순은 늘 흔들리는 눈빛으로 불안에 떨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거란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점차 단호하게 신념을 밀어붙이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32부작인 '고려거란전쟁'은 최고 13%대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특히 외세의 위협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 헌신하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김동준은 21회에 현종이 그의 장인이기도 한 김은부를 거란에 사신으로 보내기 망설이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 장면에서 감정이 너무 복받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앞서 현종은 거란에 직접 찾아가 머리를 숙이겠다고 약속하고 전쟁을 끝냈는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신을 보내 핑계를 댄다. 이에 거란은 또 사신을 보내면 목을 치겠다고 엄포를 놓고, 전쟁을 막으러 거란으로 가는 사신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종은 김은부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을 망설이나 김은부는 "수많은 신하가 목숨을 내걸고 거란과의 외교에 임했고, 고려는 그런 나라다. 저도 고려의 신하이니 기회를 달라"며 자처해서 사지로 뛰어든다.
김동준은 "나라가 비교적 약하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까지 해야 한다는 자체가 마음이 아팠다"며 "자신에게 화가 나는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배우 김동준
[메이저나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호평도 있었지만, 대하사극으로서 워낙 관심이 집중된 작품이었던 만큼 논란도 있었다.
올해 1월에는 원작 소설 작가가 "드라마가 현종을 부적절하게 묘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별도로 제작진 내 이견 때문에 여러 장면이 생략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KBS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일도 있었다.
원작자의 지적에 대한 심경을 묻자 김동준은 "장면에 집중해서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었다"며 "무언가에 흔들릴 정신 없이 한 장면 한 장면 촬영에만 몰두했다"고 답했다.
김동준은 또 제작진 내 불화설에 대해선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전혀 그런 것(불화)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모두 겪으면서 촬영하다 보니까 제작진과 전우애가 쌓이고 종방연 때도 다 같이 울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동준은 강감찬 역할의 최수종에 대해 "거의 모든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어보고 조언받았다"며 "촬영장에서 선배님의 모습은 군사들을 이끄는 강감찬의 모습 자체였다"고 말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김동준이 작년 1월 군에서 전역한 이후 첫 드라마 출연이다. 작년 5월부터 종영 직전까지 10개월 동안 촬영을 위해 달려온 김동준은 이 기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부상을 피하기 위해 운동도 피해왔다고 한다.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김동준은 "사극도 불러만 주시면 당연히 하겠다"면서도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다른 모습이 있다면 1년 동안 현종으로 살아왔으니까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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