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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200년만의 폭염·스페인도 최악 무더위…기후변화 현실로

연합뉴스 입력 06.08.2023 09:24 AM 조회 397
온열 질환 위험…저소득층·야외 근로자가 더 취약
폭염 겪는 베트남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상고온으로 인한 폭염이 동남아시아와 스페인까지 휩쓸자 기후 변화의 영향이 현실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동남아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한 200년 만의 폭염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 높은 습도가 더해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에서는 4월과 5월이 연중 가장 더운 달이고 이후 우기가 이 더위를 식혀주는데 올해는 이 기간 태국과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최고기온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가 기상 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국은 4월 15일 섭씨 45.4도, 라오스는 5월 중 연이틀 43.5도, 베트남은 5월 초 44.2도로 모두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에레라는 이를 "가장 잔인하고 끝이 없는 폭염"이라고 표현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의 폭염이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200년에 한 번 있을 일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의 이상 고온은 높은 습도와 만나 더 견디기 어렵고 위험해진다.

고온에 습도가 더해지면 신체가 스스로 열을 식히기 어려워지고 일사병과 열사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질환은 심혈관·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당뇨병 환자, 임산부에게 특히 위험하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연구하는 메리엄 자카리아 연구원은 "주변 습도가 높으면 신체가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배출하지만 증발하지 않아 열사병과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것이 습한 폭염이 건조한 폭염보다 더 위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CNN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자료를 분석했더니 지난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동남아 6개국(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모두 매일 섭씨 40도에 근접한 또는 이를 넘는 체감 온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건강 문제가 있거나 극심한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위험한 기준을 넘는 수치다.

실제로 이 기간 폭염으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입원하고 도로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폭염으로 인해 머리에 수건과 우산을 쓴 미얀마인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WA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체감 온도가 2도 이상 더 높아졌고,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더 상승하면 이번과 같은 습한 폭염이 10배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인간기후전망(HCH)은 만약 탄소 배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이뤄진다면 앞으로 20년 동안 태국에서는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100만명당 30명, 금세기 말에는 100만명당 130명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얀마에서는 20년간 사망자가 100만명당 30명, 이번 세기말세기 말 100만명당 520명, 캄보디아에서는 100만명당 40명, 100만명당 270명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보건·냉방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폭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다.

운전기사와 노점상, 미화원, 건설노동자, 농민 등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실내에 머무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폭염으로 인한 질환에 걸릴 위험에도 더 노출돼있다.

동남아뿐 아니라 스페인도 이상 고온에 신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환경부와 기상청은 올해 봄이 기록이 시작된 1961년 이후 가장 더웠으며 여름에도 평균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지난 3월 1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스페인 전역의 평균 기온이 섭씨 14.2도였는데, 이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같은 기간 평균 기온보다 1.8도 높았고 이전 최고 기록인 1997년의 기온보다는 0.3도 더 높았다.

특히 남부 코르도바는 4월 중 섭씨 38.8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스페인 기상청 루벤 델 캄포 대변인은 지난 사계절 중 작년 여름과 가을, 올해 봄이 기록상 가장 더웠다며 "최고 기온 경신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기상청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올해 여름이 지난 30년 중 가장 더울 확률이 50∼70%이며 평균보다 많은 강수량을 기록할 확률은 40∼5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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