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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기획한 한준희 감독 "액션물이지만 따뜻한 작품"(종합)

연합뉴스 입력 11.30.2022 09:08 AM 조회 704
'D.P.' 연출 이어 크리에이터로 참여…"조직사회 속 개인들의 이야기"
연출 맡은 유수민 감독 "내면에 단단하게 굳은살 생긴 10대 성장담"
한준희 감독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몰이를 한 시리즈 'D.P.'의 한준희 감독이 이번엔 웨이브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이하 '약한영웅')의 기획자로 돌아왔다.

'약한영웅'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작품 기획부터 캐스팅, 촬영, 편집 등 전반적인 부분에 관여한 한 감독을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약한영웅'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학원액션물이다.

한 감독은 "원작의 (주인공인) 연시은을 좋아했다. 모두가 '예스'(YES)라고 말할 때 혼자서 '노'(NO)라고 할 수 있는 태도가 맘에 들었다"며 "이런 인물이 살아있는 걸 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한 감독은 직접 연출을 맡지 않은 이유를 묻자 "액션물이지만, 정서적으로 따뜻함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보다 이런 에너지를 더 가진 유수민 감독이 더 잘 맞겠다고 생각해 연출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크리에이터는 아직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한 감독 역시 크리에이터의 정의와 역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연출자는 자기 작품에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한 발짝 떨어져서 작품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조언해주는 역할이었다"며 "예를 들면 감정신에서 배우의 얼굴이 너무 좋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타이밍이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조언과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새로 사귄 친구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 감독을 사로잡은 캐릭터, 연시은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고 공부밖에 모르지만, 동급생의 괴롭힘에도 기죽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응수하는 인물이다.

한 감독은 "연시은은 'D.P.'의 안준호처럼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고지식한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들이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조직사회라고 생각해요. 군대도 그렇고 학교도, 회사도 마찬가지죠. 조직 내에 있으면 개인은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운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왜'라는 질문을 애써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해요."



유수민 감독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약한영웅'은 신예 감독과 신인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학원물로 제대로 '한 방'을 터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 18일 공개 직후 올 한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를 가장 많이 견인한 1위 콘텐츠로 올라섰고, 라쿠텐 비키 등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도 10점 만점에 9점 후반대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연출은 유수민 감독이 맡았다. 유 감독은 단편영화 '실버벨'로 상록수디지로그 월드영화제에서 대상, '4만 번의 구타'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실력파 신예다. '약한영웅'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날 삼청동 다른 카페에서 만난 유 감독은 "생각보다 제 작품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하다"고 쏟아지는 호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청소년 시청 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폭력성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데도 촘촘한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들이 주먹을 휘두르는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유 감독은 "수위 조절을 하지 않고 최대한 화끈하게 가려고 했다"며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잔인하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은 피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액션에 중요한 건 감정"이라며 "화려한 영상보다 '왜 싸우는지'가 중요하고,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해야 타격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연시은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전영빈(김수겸)의 방해에 시험을 망치자 끝내 폭발한다. 원래는 공부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처럼 혼자서 겉도는 듯한 안수호와 늘 주눅 들어있는 전학생 오범석과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폭력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유 감독은 "시은은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 싸움을 하는데, 점점 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싸우게 된다"며 "1부에서는 시험에서 한 문제 틀린 것 때문에 발끈하지만, 8부에서는 시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친구 때문에 주먹을 휘두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감각해서 식욕조차 없던 시은은 수호와 범석과 가까워지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누군가를 지키려고도 한다"며 "시은이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보니 성장 이야기로 흘러요. 저는 실패하고 아팠을 때 조금 어른이 된 듯했어요. 시은이도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좀 더 강해졌으면 했죠. 힘이 세지는 그런 강함이 아니라 내면에 뭔가 굳은살이 생기는 강함이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약한영웅'은 박지훈, 최현욱, 홍경 세 신인 배우들의 발견이란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 감독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신인이라고 해서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잠재된 재능들을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 캐릭터가 각자 다른 매력을 뿜어낼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연시은은 약해 보이지만 물리 법칙 등을 이용해 '지능형' 싸움을 하는 인물로, 안수호는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뼛속까지 '파이터'인 인물로, 오범석은 두 사람을 동경하면서도 마음속에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그려냈다.

유 감독은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원초적인 호기심이 재밌는 것처럼 캐릭터별로 각기 다른 지점을 주려고 했다"며 "세 사람은 서로 너무 달라서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간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영웅의 필수조건은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세 사람 모두 10대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가진 '약한' 인물들이지만 '영웅'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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