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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임수정 "김지운 감독 재회, 20년간 기다려온 순간"

연합뉴스 입력 05.30.2023 09:06 AM 조회 976
"첫 칸 초청,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 기분…영화 향한 사랑 일깨워"
'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임수정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언제 다시 김지운 감독님의 영화 세계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어요. 늘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임수정에게 김지운 감독은 배우의 길을 열어준 은사다. 2003년 신인이던 그를 '장화, 홍련' 주인공으로 발탁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게 해줬다. 이 영화는 당시 공포 영화로는 최다인 31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그해 임수정은 청룡영화상 등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임수정은 김 감독의 신작 '거미집'으로 20년 만에 그와 재회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작품은 임수정의 첫 칸 초청작이기도 하다.

26일(현지시간) 칸에서 만난 그는 "김 감독님과의 재회를 바라왔고, 더구나 이 영화로 처음 칸영화제까지 오게 됐다"며 "배우로서 또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감독님과 함께했던 '장화, 홍련'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게 특별한 영화예요. 이 작품으로 배우 경력의 시작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이번에 다시 감독님의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김 감독 역시 '장화, 홍련' 이후 임수정이 배우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젠가 또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마침 '거미집'에서 베테랑 배우 역이 필요했던 차에 임수정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임수정은 "재고 계산할 것 없이" 수락했다.

시나리오 자체도 임수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감독 기열(송강호 분)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임수정은 기열이 만드는 영화의 주연 배우 이민자 역을 맡았다.

70년대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데다 극중극이 기괴한 스릴러물인 만큼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임수정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광기에 사로잡히는 아내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임수정은 "당시 영화들을 찾아보며 그 시절 배우들의 톤과 호흡을 익혔다"며 "이민자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저의 얼굴이 나온다. 좀 더 넓은 범위의 캐릭터로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거미집'은 새로운 시작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거미집'은 임수정이 잠시 잊고 있던 영화를 향한 사랑을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새벽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시사회가 끝나자 약 2천명의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김 감독과 배우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임수정은 감격에 찬 얼굴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손뼉을 쳤다.

그는 "칸에 오기 전에는 일종의 매너로 기립박수를 보내는 게 아닌가 했는데, 관객들의 눈빛에 애정과 존경이 가득해 감동했다.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며 웃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내내 영화, 나아가 영화인들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전 운이 좋게도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는 2000년대 초반에 20대 배우 시절을 보냈어요. '거미집' 촬영을 하면서 제가 기억했던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오더라고요. '아참, 나 영화 작업하는 거 사랑했었지' 하고 깨달았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요. 특별한 경험을 되새기게 만들어줘서 모두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임수정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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