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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WSJ 기자, 러시아 악명높은 구치소에 수감돼

주형석 기자 입력 04.01.2023 07:56 AM 조회 2,709
스탈린 시절 반대파 숙청 본거지로 유명했던 레포르토보 구치소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 美 지시로 러시아 기업 정보 수집한 혐의
정치범 수용소 시설에 수감한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
간첩 활동 혐의로 러시아에서 체포된 Wall Street Journal 기자가 대단히 악명높은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인 이반 게르시코비치 Wall Street Journal 특파원이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AP 통신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스탈린 시절에 반대파를 숙청하는 본거지로 악명을 떨쳤던 장소다.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이 미국의 지시를 받고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각종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후 러시아 측이 간첩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집어넣은 것으로 관측된다.

레포르토보는 지난 1881년 모스크바 동부에 군사 교도소로 처음 설립돼 주로 단기수들이 수감돼 온 곳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기점으로 옛 소련 비밀경찰 산하의 수용시설로 탈바꿈하게됐고 제정 러시아 시대 잔재 중 하나인 정치적 탄압을 상징하는 구시대 악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유적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30년대 들어서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반대파를 축출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하며 악명을 떨쳤다.

소련군의 최고위급 장성이었던 바실리 블류헤르도 이 레포르토보에서 고문을 받고 사망했다.

스탈린 사후에도 레포르토보는 간첩과 정치범 등을 가두는 국가보안위원회(KGB)의 구금 시설로 명성을 이어갔다.

대숙청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수용소 군도’의 작가인 세계적인 대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레포르토보를 거쳤고,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집권 당시에 반체제 인사들도 레포르토보에서 감옥살이를 했다.

이 밖에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 집권 당시 반체제 인사들도 역시 레포르토보에 머물렀다.

미국인 기자가 간첩이라는 의혹을 받고 구금된 것은 미소 냉전 시대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과거 미국 주간지 US뉴스 & 월드 리포트의 모스크바 특파원이었던 니콜라스 다닐로프 기자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약 20여일 만에 미국이 붙잡은 소련 간첩 혐의자와 맞교환됐지만, 미소 냉전 체제 종료 이후에 간첩 의혹으로 체포된 일이 이번에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 전까지는 하나도 없었다.

Wall Street Journal 측에 따르면 입잔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지난달(3월) 5일 오후 4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회사가 고용한 변호사도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이번에 체포되기 전부터 러시아 보안요원들이 미행하거나 휴대 전화 사용 내역을 감시하는 느낌을 받았고,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마지막 기사는 서방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경제 침체에 관한 보도였다.

英 일간지 The Guardian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Wall Street Journal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제기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며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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