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고 있는 러시아 무기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부품이 대량으로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수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의 주요 기술을 획득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러시아 주요 무기들에 서방 국가들 부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회수된 러시아 무기에서 450개 이상 외국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월24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5개월여 기간 동안 전장에서 러시아 무기들을 회수해왔다.

이 러시아 무기들을 분해한 결과 순항 미사일을 비롯해 대공 방어 시스템 무기와 군사 시스템 등 27개는 주로 서방의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에 기반을 둔 Analog Devices와 Texas Instruments 등 두 회사가 제조한 제품은 러시아 무기에 사용된 서방 부품의 1/4을 차지했다.

그 밖에 영국과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회사들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회사들 부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는 데 사용된 러시아 Kh-101 순항 미사일에는 미국의 인텔과 자일링스(Xilinx) 등 31개 외국 부품이 사용됐다.

이들 회사는 무역 제재를 준수하고 러시아에 부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Analog Devices는 회사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폐쇄하고 유통업체에 러시아로의 배송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Texas Instruments도 세계 각국의 모든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며 러시아 무기에서 발견된 부품 경우 애초 상업용 제품을 위해 설계됐다고 해명했다.

인텔 역시 자신들의 제품이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지지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는 공개 입장을 내놨다.

이번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술 라디오부터 드론, 정밀 장거리 탄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미국 등 외국의 마이크로칩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은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부품의 핵심인 마이크로칩이 러시아에 판매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칩 제조 국가인 일본, 대만,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제한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현재 서방 국가의 마이크로칩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서 새로운 경로를 찾고 있다며 많은 부품이 홍콩과 같이 아시아에서 운영되는 유통업체들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홍콩은 러시아 군대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서방 정부가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은밀한 러시아 조달 네트워크를 폐쇄해 러시아 지원 국가의 부품 제조를 막는다면 러시아의 군사력 약화를 영구적으로 진행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