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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현금 배급.. 불만 최고조

안성일 입력 07.02.2015 05:16 AM 조회 1,260
그리스 정부가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주 들어 자본 통제에 나서면서 그리스 시민들이 고통과 불편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상이 악몽이 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 채권단을 비난하며 오는 5일 채권단 개혁한을 놓고 진행되는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투표일 이전에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마저 긴급 유동성을 올려주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5년이나 지속돼 왔지만 은행 영업중단과 ATM 사용 제한은 그리스 시민들의 삶을 가장 팍팍하게 만들었다. 이번주 초부터 일일 ATM 인출 한도는 60유로로 제한됐고, 해외로 송금은 금지됐다.

그리스 내에 남아 있는 현금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로 고조될지는 국민투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전문가들은 일상이 팍팍해질수록, 보다 많은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기준으로, 그리스 은행권에는 현금이 약 10억유로(약 1조2447억원)가 남아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WSJ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예금 인출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통제로 일상생활만 불편해진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인들은 지출을 줄이고, 도매업자들은 거래처에 물건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고, 수입업체들은 해외 업체가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해 애를 먹고 있다. 

항공사 라이언에어 홀딩스는 아테네와 테살로니키 등 그리스 전역에 취항하는데 항공료를 공항에서 현금으로 받겠다고 전일 밝혔다. 그리스 국민들은 직불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라이언에어는 본사가 아일랜드에 있는데, 해외로 전자 결제는 막혀 있다.

아테네 상공회의소의 콘스탄틴 미칼로스는 식품 도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상품의 약 65%가 수입된다. 이번주부터는 해외 거래처가 물건을 더 이상 보내지 않고 있어, 재고는 20일분밖에 없다. 그는 "은행계좌에 돈이 충분히 있는데, 전자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소비도 더욱 침체됐다. 플라카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크리스토스 게오르지오폴로스는 "이틀 동안 손님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식당은 샴페인과 크렙 렉(게다리)를 취급하고 있다. 게오르지오폴로스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해 남은 식재료를 챙겨줬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아동복 브랜드 '미니 락세브크시(Mini Raxevksy)'의 마케팅 책임자 마리 팔란드지안-락세브크시는 구글에 광고를 해왔는데 그리스 법인카드가 거부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광고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은행이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ATM 카드 미소지 퇴직자들은 이번주 돈 들어올 길이 완전히 막혔다. 이날부터 정부는 이들에 대해 일부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다 보니, 아침 시간에 아테네 도심에 있는 몇몇 은행에는 퇴직자들이 몰려든다. 이들이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120유로까지다.

그리스 내부에서 금전 거래는 가능하다. 그래서 월급은 대부분 평상시대로 지급된다. 하지만 인출할 수는 금액은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보니 현금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아테네에 있는 전자결제기 업체 ACI월드와이드의 스테파노스 코트로나키스는 "모든 카드 소지자들은 매일 ATM으로 간다"며 "요즘은 현금이 가치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리스 은행 영업이 다음주까지 중단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예금을 인출해 집에 현금을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당장은 이미 인출해놓은 이 현금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돈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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