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김하성을 두고도 장기계약으로 베테랑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다. 11년 2억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제 김하성은 팀을 떠났고 보가츠의 장기계약 부담을 덜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샌디에이고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좋은 나쁘든, 샌디에이고의 스프링트레이닝은 시작된다’라는 기사로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둔 샌디에이고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샌디에이고가 내세울 수 있는 영입은 엘리아스 디아즈(포수),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 코너 조 뿐이다. 모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은 선수들. 트레이드도 없었다.
2023년 5월, 20년 12억 달러의 구단 중계권 계약을 맺었던 방송사 밸리스포츠의 소유주,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이 파산하면서 중계권 수입이 끊기면서 자금 흐름이 꽉 막혔다. 구단 운영을 위해 긴급 대출까지 받았다.
이미 대형 계약들로 선수들로 붙잡아 놓은 상황에서 중계권 수입이 끊긴 것은 샌디에이고에게 막대한 타격이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에릭 호스머(8년 1억44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0년 3억 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30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등 여러 스타 선수들에게 고액 장기 계약을 안겼다. 이미 맺은 계약을 물릴 수도 없는 노릇. 샌디에이고는 긴축 경영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진행하게 했던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도 2023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구단 운영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고 지난해 12월에는 미망인 실 세이들러와 피터의 형제들 간의 경영권 소송 분쟁이 시작됐다. 미망인 실이 형제들인 맷과 로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형제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맷과 로버트가 내세운 존이 팀을 운영할 전망이다. 물론 소송은 별개로 진행된다.
결국 구단 안팎의 내홍이 선수단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지난 가을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를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며 힘없이 쓰러진 뒤, 샌디에이고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며 ‘아무리 좋게 봐도 샌디에이고의 오프시즌은 정체 상태였다. 최악의 시선으로 보면 암울했다’라고 전했다. 선수단에 대해서도 ‘미완성인 느낌이 강하다’라고 평했다.
돈을 쓸 수가 없으니 기존 선수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김하성이 대표적이다. 4년 2800만 달러 계약이 끝난 김하성은 상호 옵션 조항을 거부한 뒤 FA 시장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당한 어깨부상으로 10월에 수술대에 오르며 개막전 출장은 불가능해진 상황. 당초 예상됐던 1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은 아니지마만 2년 2900만 달러에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옵트아웃 조항으로 FA 재수를 노릴 수 있게 됐고 팀 내 최고 연봉 선수가 됐다.

김하성 뿐만 아니라 외야진 한 축이었던 주릭슨 프로파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3년 4200만 달러, 좌완 파이어볼러 필승조 태너 스캇은 지구 라이벌인 LA 다저스와 4년 72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샌디에이고를 떠났다. 그 외에 내야 유틸리티 도노반 솔라노(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텍사스 레인저스)가 떠났다.
매체는 ‘현재 전력으로도 플레이오프 경쟁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선발 투수 1명과 벤치 플레이어 한 명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구단의 공식 메시지에 도달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전력이 유출됐음에도 팀 페이롤이 상승하는 상황에 놓였다. 매체는 ‘지난해보다 몇몇 핵심 전력이 빠져있고 팀 내 주요 선수들이 남았지만 2025년 팀 연봉은 더 증가했다’라고 강조했다.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크로넨워스 등 기존 장기계약 선수들의 연봉이 소폭 올랐고 제이슨 애덤, 루이스 아라에즈, 딜런 시즈 등이 연봉 조정 자격을 갖추면서 지출이 늘었다.
매체는 ‘전체적으로 올해 11명의 연봉이 4700만 달러 가량 증가했다. 시즌이 끝나면 상호 바이아웃 옵션으로 600만 달러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추가 악재는 히가시오카, 김하성, 주릭슨 프로파, 태너 스콧, 도노반 솔라노 등이 팀을 떠났고 투수 조 머스그로브는 시즌 아웃이다. 대략적으로 WAR 11승 정도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트레이드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 타격왕 내야수 루이스 아라에즈와 에이스 딜런 시즈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는 잠잠해졌다.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다가 잔류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사실 현재 가장 부담스러운 계약은 내야수 잰더 보가츠와의 11년 2억8000만 달러 계약이다. 2023시즌을 앞두고 영입할 때부터 이 계약은 중복 과잉 투자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미 김하성이라는 전천후 내야수가 존재했었기 때문. 유격수를 고집한 보가츠 때문에 김하성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고 2024년에는 보가츠가 2루로 가면서 김하성이 다시 유격수로 왔다. 보가츠의 계약은 여전히 9년 2억2900만 달러(3325억원)가 남아있다.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보가츠를 트레이드 시켜서 장기 계약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라며 ‘하지만 보가츠의 계약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받아줄 팀을 찾는 게 힘들다. 게다가 보가츠를 트레이드 하려면 샌디에이고가 일부 유망주들을 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핵심 선수를 처리하려고 하지만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에 샌디에이고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크다는 것. 처치 곤란이다.

매체는 ‘샌디에이고의 재정적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단기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여러해에 걸쳐서 누적된 문제로 구단주 변화로 발생한 위기가 아니다’고 덧붙이면서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94승을 챙겼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금 팀 상황이 감사하고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퍼즐의 빈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