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정부군은 휴전 합의에 따라 자국 남부에 병력을 강화했고, 전쟁을 피해 떠났던 주민들은 귀향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일부 지역에 통행을 금지했고, 휴전협정 위반 주장도 나오는 등 살얼음판 같은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긴장도 여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군은 남부에 병력 배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레바논군은 엑스(X·옛 트위터)에 "레바논(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과 협력해 남부 리타니 지역에 배치를 강화하고 국가 권한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병력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휴전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나며 상호 군사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양측은 또 리타니강 이남 완충지대에 레바논군과 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를 준수해야 한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이다. 이들은 향후 두 달에 걸쳐 단계적으로 레바논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군은 미국, 프랑스가 참여하는 국제감독위원회와 함께 구체적인 합의 이행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점은 불분명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휴전 협정 발효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레바논 주민들의 차량으로 가득찬 베이루트 교외 도로 [로이터 연합뉴스]
개전 416일 만에 전해진 휴전 소식에 레바논 주민들은 서둘러 귀향길에 올랐다. 피란민과 짐을 실은 차량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곳곳에서 휴전을 축하하는 축포 소리가 들렸고,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레바논 북동부 바알베크-헤르멜주의 바치르 코드르 주지사는 엑스에 피란민의 절반 정도가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새벽 총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인 줄 알고 두려웠지만 휴전을 기념하는 축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귀향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레바논군은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군이 주둔한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리타니강 남쪽 마을이나 이스라엘군 주둔지로 향하는 주민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미 강 남쪽에 있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휴전 첫날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2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 지역의 주택가 [UPI 연합뉴스]
휴전 합의 위반 주장도 나왔다.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 NNA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귀환하는 주민들을 취재 중이던 기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키얌에서 기자 몇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초기 조사 결과 총격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동이 금지된 국경 지역에 접근하려는 차 여러 대에 경고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휴전 발효 이튿날인 28일 오전에도 레바논 남부 마르카바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주민 2명이 부상했다고 NNA가 보도했다.
NNA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유형을 밝히지 않았으나 로이터 통신은 현지 보안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군 탱크가 포 두 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밤 브리핑에서 자국군이 헤즈볼라 대원들을 사살하고 용의자들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어떠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전날 밤 휴전 합의 후 첫 입장문을 내고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저항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