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BYD코리아는 13일 "국내 시장에 승용차 브랜드 출시를 위한 검토를 완료하고 승용차 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출범 목표 시기는 내년 초다. 현재 지역별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마케팅 계획, 직원 교육 등 준비 과정에 있다고 BYD코리아는 설명했다.
BYD코리아는 국내에서 처음 출시할 구체적인 모델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중형 세단인 '실'(SEAL)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BYD코리아는 지난 6월 이 차량에 대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을 확인하는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신청해 현재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상 2∼3개월인) 인증 작업이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시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아직 종료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YD '실'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에너지소비효율 인증을 마무리했으며, 국토교통부에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차량 판매 전 거쳐야 하는 절차인 제원 통보를 완료했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사업 부문 대표는 "국내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임직원들, 파트너사와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했다"며 "글로벌 성공 경험과 함께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제네바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BYD의 프리미엄 모델 '탕(Tang)' [촬영 안희]
BYD코리아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전기 지게차·버스·트럭 등 상용차 사업을 펼쳐왔다.
BYD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량 302만대를 달성했고 올해 3분기까지 작년 동기보다 18.94% 증가한 매출(693억달러·97조6천억원)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인 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닥뜨린 국내 전기차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9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BYD는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구입을 고려할 브랜드'와 '국내 전기차에 위협이 되는 브랜드'에서 모두 1위로 꼽혔다.
BYD 승용차 로고 [BYD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승용차는 지난 2017년 베이징자동차 자회사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켄보600'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국내 상륙을 시도했으나 판매량이 수백 대에 그치면서 시장 안착에는 실패했다. 값이 싸지만 질이 나빠 이른바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반면 BYD는 국내에서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돌파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그간의 중국 승용차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인철 대표는 BMW그룹 산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코리아의 총괄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미니코리아를 BYD의 국내 마케팅에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내 진출 초기에는 '실'을 위시한 보급형 라인업을 출시한 뒤 이후에는 판매 실적에 따라 프리미엄 '왕조' 시리즈와 고급차 서브 브랜드 '덴자' 등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덴자는 이미 지난 5월 국내에 상표 등록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 자동차는 디자인은 물론 성능과 안전성이 소비자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인식이 있어 국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았다"며 "다만 급격히 발전한 전기차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운다면 기존의 국산·수입 브랜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