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맞아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의 AI 선두 주자들이 반도체를 제조하고 서버를 구축하며 기기 냉각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만 기업들을 찾고 있다면서 2032년까지 1조3천억 달러(약 1천791조9천200억원)에 달하는 AI 시장의 미래가 대만에 달려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특히 챗GPT 출시 이후 열린 AI 시대에 주요 기업들이 제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파크 스트래티지스의 션 킹 수석 부사장은 "대만은 AI를 주도하는 엔진"이라고 말했다.
대만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리스크도 많이 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기술 생산 생태계가 중국이 아닌 대만에 집중돼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부 AI 기업은 중국 본토에서 하드웨어를 생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대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대만을 언젠가 되찾겠다고 공언해온 중국의 야욕은 더 노골화되고 있다.
대만의 부상 중심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있다. 경쟁사인 한국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이 고전하는 사이 TSMC는 반도체 산업에서 점유율을 확장하며 사실상 세계 모든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업체도 TSMC다.
대만에는 글로벌 AI 개발에 필수적인 회사들이 많다. 서버 제조업체 콴타 컴퓨터와 전력 분야 선두 주자인 델타 일렉트로닉스, 컴퓨터 냉각 시스템 개발의 선구자인 아시아 바이탈 컴포넌트 등이다.
퍼스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에드워드 첸 회장은 엔비디아 등의 협력사 선정에서 TSMC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이번에는 대만 기업들에 대한 낙관론이 과거보다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며, 이는 대만의 기술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TSMC [촬영 김철문]
대만 증권거래소 가권지수도 지난 1년간 40% 이상 올라 중국, 홍콩, 인도, 일본의 상승률을 크게 앞섰다.
대만이 글로벌 기술 허브로 부상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일본 기업들이 저가 제품 생산을 대만에 아웃소싱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기술이 더 정교해졌다. 이들은 중국 본토에도 공장을 열기 시작했지만 최첨단 기술은 대만 내에서만 활용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점점 더 거세지면서 기업들은 중국에서 벗어나 대체지를 물색했고, 중국은 여러 공급망에서 밀려났다. 현재 중국의 AI 하드웨어 산업이 쇠락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만의 서버 및 그래픽 카드 수출은 중국 생산량의 두 배가 넘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급격한 반전이다.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 구글 등은 모두 대만 제조업체를 활용해 서버 팜을 채우고 있다. 리서치 회사 IDC에 따르면 2028년까지 AI 시스템과 서비스에 대한 전 세계 지출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6천3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리우 페이 첸 연구원은 "대만은 AI 관련 하드웨어를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