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딸과 첫 카페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함익병은 밥상에 대게가 차려져 있자 “부자가 됐구나 생각이 든다. 우리 때는 꽃게 작은 거 먹었다. 부잣집 집에 갔는데 부잣집 식탁엔 꽃게 찜이 올라갔다. 우린 다 국을 끓였는데 국물없이 살을 파먹는데 부자가 되면 게를 찌면 날로 먹는 구나. 우리도 아내한테 게 한번 사서 먹자 했는데 대게를 사왔다. 그때 처음 먹어봤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저는 고기를 불에 구워서 고기만 입에 넣어본 건 대학생이 되고 처음이다. 아내는 흰 화장지 썼다고 하더라. 난 그거 대학교 때 처음 써봤다. 어릴 때 우리집은 정말 가난했다”라고 밝혔다.
함익병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칠 남매의 장남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벌어오는 월급으로 모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아버지가 챙겨야 할 식솔만 10명이었다며 “엄마가 안 해본 장사가 없다. 엄마가 지나가듯 말했는데 아버지가 결혼했는데 자식을 낳지 말자고 했다더라. 책임질 식구가 많으니까 자식을 낳지 말자고 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함익병은 “무슨 돈이 있냐. 맨날 돈이 없다. 엄마가 돈 없다는 애기를 한다. 아버지는 불가능한 돈 이야기를 엄마한테 들으면 터질 거 아니냐. 그러면 아버지는 꼭 밥상을 엎었다. 성질난다고. 순식간에 얼음이 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내가 밥상에 앉으면 말 많이 하는 게 밥상에서 생긴 버릇이다. 부모님의 싸움을 회파하려 생긴 버릇”이라며 “엄마가 돈 얘기 시작해서 한번만 하면 되는데 엄마도 쌓인 게 있으니까 말의 꼬리를 물고 계속 한다. 그럼 아버지가 ‘어떡하라고’ 하면서 확 엎는다. 그 와중에 나는 밥을 주워와서 먹었다”라고 털어놨다.
함익병은 “그때는 몰랐는데 내 나이가 드니까 슬퍼”라며 “집에서 돈이 없다는 얘기가 안 나와야 한다. 돈 얘기가 화제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의 역할인 것 같다”라며 “대게를 처음 먹을 때 다른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걸 먹을 때 부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현무는 “아버지에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시는데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함익병은 “아버지가 (62세 나이에) 일찍 돌아가셨다. 아쉽죠”라며 “지금 계셨더라면 모든 걸 해드렸을텐데. 공직에 있으면 월급을 4인 가족이 살 만큼 준다. 여러 사람이 나눠쓰니까”라며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버지가 계시면 뭐 해드리고 싶냐고 묻자 함익병은 “번 돈 드리고 어머니랑 놀러 다니시라고, 먹고 싶은 것 드시라고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특히 초등학교 10살 무렵 아이스케키를 팔아봤다는 함익병. 그는 “열 개 팔면 하나를 먹을 수 있다. 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그렇게 하는 거다. 할머니가 몰랐다. 장사하는 걸 누가 보고 할어미한테 일렀다. 걸려서 뒤지게 혼나고 못했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를 들은 함은영은 “아빠가 어렸을 때 진짜 고생이 많아썬 것 같다. 저는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더 유복하게 해주려던 노력이 느껴져서 존경스럽고, 남은 생은 정말 좀 더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전했다.
또 함은영은 ‘일중독’ 아빠에 대해 “저는 아빠가 안 행복해 보였다. 불행까지 아니고 너무 힘들어보였다. 왜 저렇게 여유가 없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했지만, 함익병의 속내를 듣고 난 후 “우리를 힘들게 했던 강압들이 가난에서 비롯됐구나 생각하니까 다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화되지 않은 잔소리들이 더 많이 이해가 된다. 저렇게 가난했으니까 뭐 먹고 살지 걱정했겠지. 아빠가 하고자 한 말은 열심히 살라는 거구나.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더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mint1023/@osen.co.kr [사진]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