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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의사·간호사…이탈리아, 도 넘은 병원 폭력 심각

연합뉴스 입력 09.10.2024 10:46 AM 조회 720
포지아 공공병원서 최근 엿새간 3차례 의료진 폭행 사건
의료 노조 "군대 파견해 공공병원 의료진 보호해달라"
이탈리아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동남부 풀리아주 포지아의 공공병원인 폴리클리니코 리우티니 병원에서는 최근 엿새 사이에 의료진에 대한 폭력 사건이 3차례나 벌어져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주세페 파스콸로네 병원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응급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실 의료진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인력도 절반으로 줄었다"며 "심각하지 않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한 시민들은 기다려야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주 이 병원에선 수술 중 사망한 한 젊은 여성의 친척과 친구들이 의사와 간호사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도망치던 병원 직원 중 일부가 문을 걸어 잠그고 소파, 서랍장을 쌓아 문을 막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와 방송매체를 통해 확산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 8일에는 18세 환자가 응급실 간호사 3명을 구타했고 전날에는 환자의 아들이 간호사와 경비원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포지아 지역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의료 종사자의 42%가 근무 중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겁에 질린 의료진이 이 지역을 떠나면서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대기 시간이 길어진 환자들이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국 간호사 연맹의 대표인 바바라 만자카발리는 일간지 일메사제로에 "우리는 의료진 폭행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원한다"며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국 의사 연맹의 대표인 필리포 아넬리 역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유럽연합(EU)이 지급하는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활용해 병원의 보안을 개선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의료 노조는 오는 16일 포지아에서 잇따른 의료진 폭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이탈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진에 대한 공격은 1만6천건 이상 발생했다.

오라치오 쉴라치 보건부 장관은 최근 일련의 의료진 폭행 사건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르첼로 젬마토 차관은 엄벌을 약속했다.

제2야당 오성운동(M5S) 소속 이냐치오 출로 상원의원은 의료진을 폭행한 사람은 3년 동안 공공병원 치료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로이터 통신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근무 조건, 저임금, 인력 부족으로 국가 의료 서비스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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