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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독재자 사망때마다 진퇴양난".. 이란에 줄타기 애도 외교

김나연 기자 입력 05.21.2024 02:35 AM 조회 2,140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 대한 연방 정부의 애도 표명을 두고 적대국에 대한 미국의 줄타기 외교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어제(20일) 연방정부의 라이시 애도는 '예민한 외교적 의식'을 반영해준다"며 지탄을 받았던 외국의 독재자들이 사망할 때마다 미국은 적절한 언사를 찾기 위해 부심해 왔다며 과거 사례들을 조명했다.

이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애도 성명이 나오자 미국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반서방 연대의 선봉에 서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점에서 잔인한 폭군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이었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그를 가혹하게 비난해야 하는 데도 왜 애도를 표했느냐는 불만에서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이 괴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밀러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는 이러한 비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성명)이 그가 판사나 대통령으로서의 기록이나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라이시는 거의 40년간 이란 국민을 탄압하는 데 가담했다"며 "1988년 수천명의 정치범을 초법적으로 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등 끔찍한 인권 침해에 연루됐다. 

대통령 재임 기간엔 이란 여성과 소녀에 대한 인권 유린을 비롯해 최악의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밀러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악행을 열거하며 라이시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두고 "연방 정부의 줄타기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슬퍼하는 상대국 국민을 위해 애도를 표할 필요성과, 진실을 말하고 미국의 원칙을 분명히 표현할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과거 정치범 숙청 등을 주도하면서 서방에서는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악명으로 불리던 인물이기도 하다.

미 당국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소련, 북한, 베네수엘라 등과 같은 국가에서 적대적인 독재자들이 사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진퇴양난에 직면했으며, 그때그때 다르게, 때로는 변형된 방식으로 대처해왔다고 NYT가 짚었다.

앞서 지난 2013년 반미 독재자였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암으로 숨졌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차베스에 대한 애도 표현 없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향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성명에서 "차베스가 숨진 이 도전적 시기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지지와 베네수엘라 정부와 건설적 관계 발전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한다"며 "베네수엘라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함에 따라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 법치, 인권 존중을 증진하는 정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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