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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담배 못사" 처칠도 놀랄 英금연법…세계는 담배와 전쟁중

연합뉴스 입력 04.17.2024 10:42 AM 조회 506
멕시코·포르투갈·캐나다 등 강력한 금연 정책 시행
영국 내 반발도 거세…뉴질랜드도 금연법 추진했다 폐지
존슨 전 총리 "처칠의 당이 시가 금지하다니 미친 일"
런던 의사당 처칠 동상 앞에서 시가 피는 남성[EPA=연합뉴스.자료사진]


전 세계적으로 금연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법안을 추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흡연 세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특정 연령 이하의 출생자에 대해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1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09년 1월 1일 출생자(현 15세)부터는 평생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다.

전자담배는 판매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전자담배에 일회용 흡입기와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향이나 포장, 판매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법안이 최종 통과해 시행되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펼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영국이 "세계 최초로 '흡연 없는 세대'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며 "의회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금연 법안을 1차 통과시키며 담배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 금지 법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 포르투갈, 캐나다 등도 앞다퉈 강력한 금연 정책을 도입하며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런던의 한 가게에 진열된 전자담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그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편 국가로는 멕시코가 꼽힌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멕시코는 고소득 국가가 아닌 나라로는 이례적으로 엄격한 금연 정책을 펼치며 지난해부터는 병원과 직장 등에 이어 공원, 해변 등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가정집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며 담배 광고는 물론 가게에 담배를 진열해두는 것도 금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2040년까지 '비흡연 세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담배 판매 및 공공장소 흡연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법안에 따르면 술집이나 식당, 카페, 대학, 운동 경기장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되며, 2025년부터는 따로 허가를 받은 담배 가게와 공항 내 매장 외에는 담배를 팔 수 없다.

캐나다 정부도 2035년까지 '흡연율 5% 미만'을 목표로 담배 포장지뿐 아니라 담배 개비마다 건강 위험 경고 문구를 넣도록 강제하는 등의 금연 정책을 펴고 있다.



캐나다 담배 개비 경고 문구 [캐나다 보건부 홈페이지]



특정 연령 미만에게 담배를 살 권리를 박탈하는 이번 법안을 두고는 영국 내에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법안을 주도한 리시 수낵 총리가 속한 보수당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며 수낵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수당 정치인들은 법안이 그간 보수당이 옹호해온 자유주의적 가치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내각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이번 법안이 '유모 국가(nanny state)스러운 정책이라며 정부가 "성인들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시각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모 국가는 정부가 개인을 과하게 보호하려 드는 복지 국가를 비꼬는 말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난주 캐나다 방문 중에 "(시가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당이 시가를 금지하다니 미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보수당 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수낵 총리는 이번 표결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정부 기조와 관계없이 투표할 수 있는 '자유 투표'를 허용했고, 그 결과 이날 표결에서 보수당 의원 5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기권한 보수당 의원도 106명이나 된다.

반대표를 던진 케미 베이드녹 산업부 장관은 표결 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법적 능력을 갖춘 성인들을 이런 방식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법안의 '롤모델'이 됐던 뉴질랜드의 금연법도 최근 추진 단계에서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폐지돼 '비흡연 세대'를 만들겠다는 수낵 총리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질랜드는 2021년 세계 최초로 2009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비흡연 세대'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지난해 보수 연정이 새로 들어서면서 이 법안을 폐지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당 정치인들의 거센 반대와 달리 영국 국민 사이에서는 법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사반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보수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 70%가 이번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서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단계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것에 찬성했으며, 일시에 모두에게 흡연을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도 30%였다.

흡연 규제가 아예 없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25%가량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으로 법안은 위원회 심사와 전체 회의 보고, 3차 독회를 거쳐 하원을 최종 통과하면 상원으로 넘겨진다.

상원 최종 표결은 6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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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jw0675 12일 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유이다 그런데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야만인이다. 나는 담배 연기에 최고로 약한 치명적인 암환자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나는 어쪄란 말인가 ? 너가 피우는 담배 연기에 상대방은 고통 가운데 죽어도 괜찮은가?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인데 나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남도 죽이는 가장큰 무기인데 자제하고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그것도 아니면 연기가 세어나오지 않은 방에서 혼자 피우다가 혼자 행복하게 죽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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