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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D-100] ②최소 인원·최소 금메달…한국 엘리트체육 중대 갈림길

연합뉴스 입력 04.15.2024 09:54 AM 조회 564
출전 선수 최대 170∼180명…상징선 200명 미달·48년 만의 최소 선수 파견
양궁·펜싱서 금메달 5∼6개 기대…배드민턴·사격·수영·태권도도 金 후보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극마크를 달고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는 200명을 밑돈다.

대한체육회가 예상하는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최대치는 170∼180명 수준이다.

이는 50명을 파견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48년 만의 최소 수치다.

체육회와 엘리트 체육(전문 체육) 종사자들이 국가대표의 상징처럼 여기는 '하계 올림픽 출전 선수 200명' 붕괴는 쇠락하는 한국 체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입증한다.

냉전의 복판에서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자유 진영과 함께 불참한 우리나라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선수 210명을 보내 한국 스포츠사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

공산 진영의 불참으로 역시 반쪽짜리 대회였으나 한국은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해 당시 기준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비상하는 한국 스포츠의 기상을 세계에 떨쳤다.

◇ 대한민국 선수단 최근 5개 하계올림픽 출전 인원(출처 대한체육회 홈페이지)



대회 인원 출전한 단체 구기 종목
2020
도쿄
354명
선수 232명·임원 122명
여자 농구·배구·핸드볼
남자 축구·럭비·야구
2016
리우데자네이루
333명
선수 204명·임원 129명
여자 배구·핸드볼·하키
남자 축구
2012
런던
377명
선수 248명·임원 129명
여자 배구·핸드볼·하키
남자 축구·핸드볼·하키
2008
베이징
389명
선수 267명·임원 122명
여자 농구·핸드볼·하키
남자 축구·핸드볼·하키·야구
2004
아테네
377명
선수 267명·임원 110명
여자 농구·배구·핸드볼·하키
남자 축구·핸드볼·하키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회 연속 12개씩 따내 스포츠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 13개씩 수집하며 정점을 찍었다.

올림픽 출전 선수도 대회마다 250명을 가뿐히 넘길 정도로 한국 엘리트 체육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국위를 선양했으며 국민들은 그런 선수들을 보며 뿌듯한 자부심과 감동을 함께 느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리우 대회에서는 상징선인 200명을 겨우 넘긴 204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숫자가 37년 전인 LA 올림픽 때와 같은 6개로 급감했다.

선수도, 메달도 동반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48년 만의 최소 인원이 태극전사로 경기장을 누빈다.

대한체육회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보수적으로 산출한 예상 금메달 수도 5∼6개에 불과해 자칫하면 40년 전 LA 대회 때에 못 미치는 성과에 그칠 수도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금메달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김제덕(왼쪽부터), 김우진, 오진혁이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체육회가 파리에서 확실하게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은 세계를 호령하는 양궁과 펜싱이다. 양궁에서 3개 이상, 펜싱 여자 에페와 남자 사브르에서 2개 이상을 바란다.

배드민턴, 사격, 태권도, 수영에서도 금메달을 각각 1개 이상 희망하지만, 장담은 못 하는 형편이다.



2020 도쿄올림픽 영광의 금메달리스트 양궁 혼성전 안산ㆍ김제덕(위부터 아래로), 여자 단체 강채영ㆍ장민희ㆍ안산, 남자 단체 김제덕ㆍ김우진ㆍ오진혁,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구본길ㆍ김정환ㆍ김준호ㆍ오상욱, 양궁 여자 개인 안산, 체조 남자 도마 신재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이 순식간에 쪼그라든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인구 급감에 따라 엘리트 체육으로의 인재 유입이 크게 줄었다. 학교에서 교육 과정으로서의 체육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종목에서 벌어진 시대에 뒤떨어진 선수 인권 유린, '짬짜미' 파문 탓에 엘리트 스포츠 전체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때로는 전문 체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기도 하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긍심도 많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메달박스였던 유도, 복싱, 레슬링의 국제경쟁력 실종은 큰 숙제가 됐다. 간판스타를 새로 육성하지 못한 종목의 책임이 크다.



여자 핸드볼,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게다가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은 출전 선수 200명 미달로 직결됐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단체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뿐이다. 남자 축구는 15일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금메달을 아쉽게 놓친 설움에 북받쳐 우는 선수보다 시상대에는 서지 못해도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선수에게 더 큰 갈채와 격려를 보낼 정도로 우리 국민의 인식은 변했다.

그러나 체육을 직업으로 삼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주는 건 금메달만 한 게 없다.

우리나라는 주요 경제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국력을 키워왔지만,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든다.

파리 올림픽은 한국 엘리트 체육이 국력에 걸맞은 성과를 낼지, 그간 쌓아온 자존심을 어렵게나마 지켜갈지, 그리고 무엇보다 존재의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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