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으로 친정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36)의 2024시즌 KBO리그 활약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여전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투수로 던질 능력이 있음에도 '힘이 있을 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과거 20대 초반 KBO리그에서 뛸 때처럼 한 시즌 200이닝 이상 던지는 건 기대하기 어려워도, 건강한 모습만 유지한다면 한 시즌 10승은 너끈하다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2022년 왼쪽 팔꿈치 인대 재건(토미 존) 수술을 받은 전력과 지난해 눈에 띄게 떨어진 속구 구속을 이유로 의외로 고전할 거라는 목소리를 낸다.
또한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첫 시즌인 작년에 가장 구속이 안 나온 건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시즌이 하나 넘어간 다음에 구속이 올라가는 경우가 꽤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한 류현진은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남겼다.
MLB 통계 사이트인 'MLB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8.6마일(약 142.6㎞)로 빅리그 진출 이래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지난해 빅리그 투수 가운데 하위 2%에 해당한다.
하지만 워낙 정교한 제구력 덕분에, 적어도 속구 때문에 고전하지는 않았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속구 득점 창출은 2점으로 MLB 상위 46%였다. 오히려 평균을 상회한 수치다.
류현진이 던진 공을 공략한 타구에 대한 다양한 '2차 데이터'는 류현진이 왜 여전히 'MLB에서도 준수한 선발 투수급 선수'인지 보여준다.
낮을수록 좋은 '타구 속도'(시속 87.8마일)는 상위 25%였고, 하드 히트(타구 속도 시속 95마일 이상·36.8%) 허용은 상위 35%, 땅볼 유도(46.2%)는 상위 29%였다.
한마디로 'MLB 하위 2%'인 속구 구속이 MLB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술 복귀 이후 맞이하는 두 번째 시즌인 올해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훨씬 수월하게 타자와 상대할 수 있다.
사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시속 150㎞를 넘는 공을 던질 수는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힘을 아꼈다.
굳이 세게 안 던져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뛴 마지막 시즌인 2012년, KBO리그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PTS 기준 평균 구속은 시속 14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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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MLB에서의 평균 구속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류현진은 2012년 최고 구속은 시속 152.1㎞였다.
구속보다는 오히려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이 류현진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ABS는 류현진이 미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송 위원은 제구력이 좋은 선수에게 ABS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알게 모르게 제구력이 좋은 선수는 심판 판정에서 이득을 본 게 있었다"고 짚었다.
대신 MLB에서도 손에 꼽히는 제구력을 뽐냈던 류현진이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완전히 파악하는 순간, 타자들은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송 위원은 "류현진도 처음 ABS를 접하는데, 공을 조금씩 빼고 집어넣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일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감각을 잡는 게 우선"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