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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개가 먼저?…칠레 병원서 개 방사선 치료 논란

연합뉴스 입력 06.06.2023 09:23 AM 조회 569
진료 외 시간에 처방…"대기 환자는 어쩌고" 의료윤리 위반 지적 나와
2021년 칠레 대선에서 주인과 함께 기표소 온 개(기사와 관계 없습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남미 칠레의 한 병원에서 진료 외 시간에 개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의료윤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엘메르쿠리오와 비오비오칠레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수도 산티아고 남쪽에 있는 로스리오스주 발디비아의 공립 병원에서 개 한 마리가 비강(코) 부위 종양 치료를 위해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최근에 드러났다.

선형 가속기는 종양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방사선 용량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사선 의료 장비다.

해당 병원 측은 개가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됐으며, 진료 외 시간에 수행했다'는 해명을 했다고 비오비오칠레는 보도했다.

의료단체는 즉각 반발 성명을 내고 "(주인이) 동물을 돌봐달라고 요청했다고 쳐도 동물병원이 아닌 이상 (병원) 관계자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며 개를 치료하게 된 절차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리오스주 보건 분야 총책임자인 크리스티아 오헤다 역시 "보건 당국이 병원에 전달한 모든 허가 및 승인은 사람을 치료하는 걸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선형 가속기 치료를 위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30명 가까운 암 환자 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증폭했다.

관련 문제를 제기한 마리아 호세 가티카 베르틴 상원의원은 엘메르쿠리오에 "(병원에서) 퇴근 후 개를 돌봐주셨던 것처럼 주말에도 이 기계를 이용해 지독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돌봐주시길 부탁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병원 측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칠레의 주요 소셜미디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이 엄마나 아빠보다 위에 있다는 건 부조리하다'라거나 '사람이든 개든 적절한 장소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비난 여론부터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자'는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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