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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키즈’ ‘평양’ 유튜버 정체는?...명품 디올 백부터 PT까지

심요나 기자 입력 02.07.2023 11:06 AM 수정 02.07.2023 11:16 AM 조회 9,139
개인 V-log보단 체제 선전용일 가능성
북한 당국 허가 없이 채널 자체 개설 불가능
조선중앙통신, 플랫폼의 다양화 시도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일부 평양 유튜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월과 6월에 각각 개설된 Sally Parks (임송아, 송아 SongA Channel)와 ‘Olivia Natasha- YuMi Space DPRK daily’(유미의 공간)이 대표적인데, 주인공인 두 소녀가 모두 멋진 옷을 입고 요가와 실내 암벽등반, 수영 등을 하며 자신의 일상을 영어로 소개한다.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체제 선전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4월 올라온 첫 영상에서 임 양은 유창한 영국식 영어를 선보이며 자신을 평양에 거주하는 11세 송아라고 소개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영국 유명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라고 강조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일상과 아동 병원 및 빙수 가게 방문기 등을 다뤘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임 양은 조부모가 평양 송화거리에 새로 건설된 1만 가구 살림집에 무상으로 입주했다고 소개하며 환한 불빛으로 둘러싸인 고층 아파트 단지를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북한에서는 개인의 인터넷 접속이 제한돼 임 양이 출연한 영상은 체제 선전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도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북한 관영 미디어 기업 서광이 영상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 주 영국 북한 공사 태영호 의원실은 임 양은 과거 태 의원과 런던 대사관에서 함께 근무한 외교관 임준혁의 딸로, 2015년 사망한 '혁명 1세대' 리을설 북한 조선인민군 원수의 외증손녀라고 밝혔다.

또 ‘트위터’에는 북한 소녀의 얼굴을 내건 ‘paramasivam’이란 이름의 계정이 활발히 활동 중인데, 올해 평양의 새해 경축공연 등을 촬영한 동영상 등 평양의 최신 모습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평양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는 이런 채널 자체가 개설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겉은 개인으로 보이지만 모두 북한 당국이 국내 혹은 해외 IT 파견 인력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북한 통일전선부 101 대남문화연락소에서 활동하다 탈북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장진성 씨는 이런 배경을 지적하며 북한이 기존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한 대외 선전에 한계를 느끼고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어린이 유튜버를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여 전 개설된 '뉴 디피알케이(NEW DPRK)' 채널에는 당시 7세 어린이 리수진양이 등장해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초등학교 내부를 보여주는 등 '리수진의 1인 TV'가 정기 콘텐츠로 올라오고 있다.

평양외대 출신으로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으로 활동했던 허강일 씨는 북한의 유튜브 활용은 “코로나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가 북한 정권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경제뿐 아니라 이런 심리전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 유튜브가 보여주는 일상은 유엔 기구들이 지난해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주민 통제 등 인권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우려한 평가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은 앞서 구체적 설명 없이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여러 북한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유튜브는 적용 가능한 모든 제재와 무역 관련 법 규정을 따른다”면서 법적으로 “규제된 기관들이 제작하거나 게시한 콘텐츠”에 관한 조치는 제재와 무역 관련 법 규정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진성 작가는 “북한 정부가 보여주려는 평양의 화려한 모습도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이후 스스로 생존하며 북한을 시장화로 만든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독재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을 우민화하고 감성으로 지배하는 잔혹한 시스템을 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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