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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진격 코앞이라는데…포화 속에 남겨진 우크라 노인들

연합뉴스 입력 02.02.2023 10:06 AM 조회 541
격전지 바흐무트에 남은 주민 7천명 대부분이 노인
"어떻게 떠나겠나"…전기·수도·통신 끊긴 채 생활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바흐무트의 노인들 (AP=연합뉴스) 바흐무트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28일 자원 봉사자로부터 빵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10.28 [재판매 및 DB 금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바흐무트의 노인들이 집중포화 속에서도 마을을 떠나지 못한 채 머무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 7만5천만 명이 거주하던 바흐무트는 러시아군의 표적이 된 지 수개월 만에 주민 약 7천 명만 남겨진 '유령 마을'로 전락했다.

남은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포격과 총격이 오가는 전쟁터 속에서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AFP는 전했다.

나탈리아 셰우첸코(75)는 AFP에 이주 비용의 부담을 토로하며 "어떻게 떠날 수가 있겠냐"고 한탄했다.

자녀들은 어린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운명을 맡긴 채 체념한 모습이었다.

나디야 부르딘스카(66) 또한 바흐무트에서 평생을 살아온 만큼 전혀 떠날 생각이 없다고 AFP에 전했다.

부르딘스카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두려운 게 당연하다"면서도 "신이 원한다면 불가능은 없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격당한 건물을 바라보는 바흐무트 주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AFP에 따르면 이들은 쉴 새 없이 포격의 위협에 시달리며 일상을 근근이 버텨내고 있었다.

셰우첸코는 땅속에서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길어 마치 "두더지가 된 기분"이라면서 심지어 물을 구할 때조차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격 소리가 울릴 때도 "아주 멀리서 나는 소리이니 걱정할 것 없다"며 기자를 안심시킬 정도였다.

교전이 장기화하며 가스는 물론이고 전기와 수도, 통신도 끊겼다.

셰우첸코는 "신호가 끊겼다는 게 내겐 최악의 상황"이라며 키이우와 오데사로 각각 떠나보낸 자녀들과 연락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호소했다.

부르딘스카는 난로를 3천500흐리우냐(약 11만원)에 사들여야 했고 지방 당국에 장작 배급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이게 바로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께까지 고전하던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에 병력을 대거 투입해 공세를 강화해왔다. 바흐무트의상당 지역을 장악했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지난 1일에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바흐무트에서 12살 아이와 70살 노인이 사망했고, 우크라이나군 전차가 피격됐다.

AFP에 따르면 다음날 찾은 전차 피격 현장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바흐무트 북쪽에서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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