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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시위, 가두시위에서 "조용한 불복종"으로"

연합뉴스 입력 02.01.2023 09:43 AM 조회 458
WSJ 국면 진단…"대규모 시위 동력 감소한 듯"
체념·경제난 등에 억눌려 '히잡 안쓰기' 등 시민불복종
히잡 벗어던지고 외출하는 이란 여성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혈사태로 얼룩진 이란 반정부시위가 이제 조용한 시민 불복종으로 변해간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드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가두시위 감소 등 분위기, 이란 시민의 태도, 전문가 견해 등을 종합해 시위국면을 이같이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대학, 고등학교에서 간혹 학생들이 모이거나 시민이 창밖으로 반정부 슬로건을 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조직적 시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는 시위에 대한 당국의 강경진압이 먼저 거론된다.

이란 군경의 물리력 행사에 죽거나 다칠까봐 시민들이 겁을 내 시위가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작년 7월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이후 강경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란 안팎의 인권단체들은 시위에 나섰다가 숨진 시민을 500여명으로 추산한다.

고무탄 등 시위진압용 총알을 맞고 실명한 이들이 수백명에 달하며 체포된 수천명 중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도 지금까지 16명이다.

WSJ은 이 같은 상황이 체제전복 가능성이 없다는 체념으로 이어져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서는 이들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시위 조직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시민들은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더 조용한 저항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이를 체제를 전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시민불복종의 한 형태라고 해설했다.

윌리엄 앤드 매리 대학교의 이란 사회역사 전문가인 페이먼 자파리는 "많은 이란인이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는 결론을 내렸지만 반란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수개월 동안 유혈사태로 얼룩진 이란 반정부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이란 정권을 대체할 정치체계에 대한 백가쟁명도 반정부시위를 향한 시민의 결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네덜란드 조사기관 가만의 작년 3월 설문에 따르면 이란인 34%는 세속 공화국, 22%는 이슬람 공화국, 19%는 입헌군주제를 선호했다.

그러나 가두시위가 시민불복종으로 변해가는 실질적인 원인은 점점 악화하는 이란 경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과 시위 가담자들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반정부시위에 대중적 지지가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이란 경제를 분석하는 비영리단체인 영국의 부스 앤드 바자 재단은 경제난 때문에 시위가 불붙을 수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에 도전을 지속하려면 돈, 기술, 시간 등 자원이 동원돼야 하는 법"이라며 "개인들로서는 격심한 경제난에 봉착했을 때 그런 자원을 내주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시위는 작년 7월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촉발됐다.

당국의 진실은폐 의혹과 폭압에 격분한 이란인들은 거리에 나섰고 의제는 의문사에서 기본권 보장, 권위주의 체제 타도 등으로 확대됐다.



'히잡 안 써 체포된 여성 의문사' 사건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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