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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웨일스에 2-0 승리했지만 팬들 끼리 싸우는 등 분열

주형석 기자 입력 11.26.2022 10:04 AM 조회 4,935
‘히잡 시위’ 지지 팬들과 이란 정부 옹호 팬들, 경기장에서 충돌
시위 지지 팬들, ‘Woman’-‘Life’-‘Freedom’ 등 얼굴과 티셔츠에 새겨
이란 정부 지지 팬들, ‘The Islamic Republic’ 구호 외치며 맞불
Credit: NY Times Twitter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을 둘러싸고 팬들이 충돌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 대표팀은 어제(11월25일) B조 두번째 경기에서 추가시간에 2골을 넣으며 웨일즈를 2-0으로 꺾었다.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6-2로 대패한 수모에서 벗어나며 16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살린 최상의 경기였다.

하지만 이란 팬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충돌하면서 이란 대표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20대 젊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란 정부를 규탄하고 있는 이른바 ‘히잡 시위’가 3개월을 넘어 4개월째를 향해서 가고 있다.

시위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슬람 정부 퇴진을 주장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요구하는 등 반정부 시위로 나가자 이란 정부는 경찰에 발포를 명령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는 사망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경기장과 그 주변 지역에서 이란 시민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이란 팬들은 이란 시위를 지지하면서 이란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는데   이란 대표팀이 경기하는 스타디움과 그 주변에서 Woman, Life, Freedom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들 이란 팬들은 얼굴과 티셔츠, 플래카드 등에 Woman, Life, Freedom 등을 새겨서 카메라에 노출하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며 전세계에 이란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자 이란 정부를 옹호하는 일부 이란 팬들이 ‘The Islamic Republic’이라는 맞불 구호를 크게 외치면서 경기장과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이란 팬들과 맞서고 있다고 카타르 현지에서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어떤 남자 팬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여성 팬 얼굴에 뿔을 불고 사진을 찍는 등 직접적으로 위협적인 행동을 했고 위협받은 여성 팬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같은 이란 팬들의 충돌은 이란 대표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금의 이란은 제대로된 국가라고 할 수없기 때문에 그런 국가를 대표해서 월드컵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을 요구했지만 이란이 출전을 하자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첫 경기 잉글랜드 전에서 경기 시작에 앞서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부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이란에서 시위하는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란은 잉글랜드전에서 6-2로 패했는데 2골을 넣었을 때도 세리모니를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경기에 임해서 시위 시민들을 지지하는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란 정부 지지자들이 이란 대표팀을 비난했다.

이란 대표팀은 어제 웨일즈와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국가도 불렀고 2골을 넣었을 때 모두 세리머니를 하는 등 1차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란 대표팀의 한 선수는 첫 경기에서 정치적 의사 표시를 했는데 선수들 모두가 경기에 집중하기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잉글랜드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선수단이 논의했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비롯해 모든 이란 선수들이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동안에는 축구에만 전념하자는 결론을 냈다.

이란 대표팀은 웨일즈 경기에서 축구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고 잉글랜드 전과는 비교할 수없을 만큼 플레이가 살아났다.

그 결과 2-0 승리를 거두면서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린 이란은 앞으로도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이란 시위를 둘러싸고 이를 지지하는 팬들과 이란 정부를 옹호하는 팬들이 나눠지고 있고 카다르 월드컵이 끝나고 이란 대표팀이 귀국하면 이란 정부로부터 처벌받을 수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어 이란 대표 선수들의 마음이 여전히 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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