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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자문 경찰관 "옥에 티 있어도 통쾌했어요"

연합뉴스 입력 06.21.2022 11:29 AM 조회 1,629
중랑서 형사2과장 천현길 경정, 호찌민 주재관 경험 살려 조언
"공안 강한 베트남, 흉악범 활동 어려워…현실에선 마석도 체포됐을 것"
영화 '범죄도시 2'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 동네가 원체 험한 동네라 가지고…", "쟤(마동석)가 더 험해요."(영화 '범죄도시 2' 중)

코로나19 엔데믹 시대 첫 천만 영화인 '범죄도시 2'에서 배경 지역인 베트남 호찌민은 한국인 범죄자들이 관광객 납치와 살인을 서슴지 않는 무법지대로 묘사된다.

두목 격인 '강해상'이 날이 넓고 긴 '마체테'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극악무도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베트남 공안과 한국 총영사관 모두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마석도'가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설 때도 경찰 주재관은 "이거 명백한 불법입니다"라며 말리기에 급급한 모습일 뿐이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2015년부터 4년간 호찌민 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했던 천현길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2과장(경정)은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실 베트남은 공안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흉악범이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활동한다는 것은 여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현길 경정이 호찌민 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할 당시 모습. [천 경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베트남은 한국 경찰과 협조 관계도 잘 구축돼 있어서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조직이 검거되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옥에 티가 몇 개 보였지만, 역시 통쾌해하면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며 웃어 보였다.

천 경정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경찰 주재관의 역할을 비롯해 각종 보고서 양식과 현지 공안 복장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한' 조언을 제작진에 제공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한국 조폭이 마약을 유통하는 듯한 장면에 대해서도 "마약 범죄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단순 투약은 많겠지만 마약 유통이나 제조는 베트남에서 사형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연루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강해상 같은 한국인 범죄자가 베트남에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천 경정은 "나쁜 놈들 잡는 데 국경은 없다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는 있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사람이 한국에서 사고를 치면 우리나라 형사들이 검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찰 주재관은 현지 공안과 평소에 '라포'(신뢰관계)를 잘 형성해놓고 범죄 첩보가 들어왔을 때는 공안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천현길 경정이 호찌민 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할 당시 모습. [천 경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그가 베트남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여 이른바 '파타야 살인 사건' 주범을 검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파타야 살인 사건은 국내 폭력조직원이었다가 태국에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김모 씨가 2015년 11월 파타야의 한 리조트 인근에서 자신이 고용한 프로그래머를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다.

김씨는 범행 직후 베트남으로 달아나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했지만, 한국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베트남 공안과 공조수사를 벌인 끝에 2018년 3월 검거됐다.

천 경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평소 공안과 많은 교감을 했기 때문에 거의 '형·동생' 하는 관계였다"며 "극 중 마석도 형사도 만약 현실이었다면 본인이 직접 수사할 것이 아니라 현지 공안이 피의자를 체포하도록 경찰 영사에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불의를 못 참고 '사고'를 치면 현실에선 어떻게 될까.

"수사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외교 문제로 비화할 거고, 마석도는 강제 추방뿐 아니라 폭행·상해 등 혐의로 구속이 됐을 거예요. 그럼 제가 마석도를 빼내기 위해 공안에게 사정도 하고 외교적으로 노력했겠죠. (웃음)"



천현길 경정이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베트남에 격리된 한국인을 지원하는 신속대응팀에서 근무하는 모습. [천 경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사소한 '옥에 티'들도 보였다고 했다.

극 중에서 영사관에 자수한 '종훈'이 수갑을 차고 있는 장면이 나오지만, 영사관은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자 수사권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지 못한다고 천 경정은 설명했다.

마석도처럼 "진실의 방으로"라고 피의자에게 겁을 주면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도 당연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통쾌한 장면이기에 천 경정도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매 맞는 경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한 공권력이 문제가 되기도 하잖아요. 영화에서만큼은 속 시원하게 범죄자를 응징하는 대리만족이 있는 것 같아요."



천현길 경정이 호찌민 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할 당시 모습. [천 경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대(13기) 졸업 후 임용돼 2004년 경관살해범 이학만 사건, 2006년 서래마을 영아살해 사건 등을 수사하며 형사로 잔뼈가 굵은 천 경정은 'K-히어로' 마석도를 보며 다시 한번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졌다고 한다.

그는 "경찰을 오래 하다 보면 열정이 줄어들 수도 있는데, 법을 조금 어기면서라도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마석도의 정의감은 배울 만할 것 같다"며 "앞으로 열정을 유지하면서 실무에 정통한 형사통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 2'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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