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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빌보드, "음원 중복 구매" 집계 제외…K팝 진입 어려워지나

연합뉴스 입력 01.25.2022 09:10 AM 수정 01.25.2022 09:58 AM 조회 1,312
다운로드 인정 횟수 1인당 주간 4회→1회…"팬덤 강한 아티스트 불리"
기획사들 상황 예의주시…"실력 있으면 시험 방식 연연하지 않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미국 빌보드 차트가 새해 들어 음원 중복 구매(다운로드)를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바꿈에 따라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K팝 가요 기획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가요계에 따르면 빌보드는 올해부터 한주에 다운로드 1건만 인정하고, 2건 이상의 중복 다운로드는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전까지는 한주에 4건의 다운로드까지 집계에 포함됐다.

또 앨범은 3.49달러(약 4천168원), 8곡 이하가 담긴 미니음반(EP)은 0.39달러(약 466원) 미만일 때는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음원을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낮게 책정해 판매량을 늘리는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빌보드 측은 이번 조치를 두고 특별한 배경이나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 같은 규정 변경이 알려지면서 일부 K팝 팬덤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트리밍이 주를 이루는 미국 현지 아티스트와 달리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K팝 아티스트는 다운로드에서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버터'(Butter)로 10주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각각 정상에 올랐다.

또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피처링에 참여한 고(故) 주스월드(Juice WRLD)의 유작 앨범 '파이팅 디먼즈'(Fighting Demons) 수록곡 '걸 오브 마이 드림스'(Girl Of Dreams)는 29위를 기록했고, 다른 멤버 뷔가 발표한 SBS '그 해 우리는' OST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는 새해 들어 한국 드라마 OST 가운데 처음으로 79위로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블랙핑크의 리사가 솔로곡 '라리사'(LALISA)와 '머니'(MONEY)로 핫 100 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걸그룹 트와이스도 지난해 첫 영어 싱글 '더 필스'(The Feels)로 핫 100 8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아티스트의 역량 외에도 공고한 팬덤에 기반한 다운로드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빌보드 차트 음원 다운로드 중복 구매 집계 제외
실제로 빌보드와 MRC 데이터가 공개한 2021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버터'는 지난해 약 188만9천건 다운로드돼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내려받은 노래로 기록됐다.

지난해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건이 넘은 노래는 '버터'뿐으로, 2위에 오른 워커 헤이즈의 '팬시 라이크'(Fancy Like·49만9천건)의 3.8배에 달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국 시장 음원 다운로드를 집계한 '톱 디지털 송 세일즈'에서 '버터' 외에도 '퍼미션 투 댄스' 3위(40만4천건), '다이너마이트' 6위(30만8천건), '마이 유니버스' 7위(28만7천건)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 다운로드가 집계에서 제외되면서 상대적으로 다운로드 반영 비율이 낮아지고 스트리밍이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K팝 아티스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다운로드는 팬들이 많이 하는 것이니 당연히 K팝 가수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팬덤이 강한 가수에게 약간은 불리하긴 할 것 같다. 앞으로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치는 딱히 K팝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빌보드는 지금까지 꾸준히 집계 기준을 바꿔왔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조치를 두고 해외 유통사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실력 있는 사람은 시험 방식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 역시 "우리도 집계 방식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이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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