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탄생시킨 넷플릭스가 드라마를 넘어 예능, 영화 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를 총괄하는 강동한 VP(Vice President)는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Q&A'에서 "정말 꿈만 같은 한 해였다"고 회고한 뒤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에 없어서는 안 될 카테고리"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후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5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작을 내놓기까지 투자도 계속 확대해 왔다.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이다. 그중 5천억원이 지난해 투자됐다.
강 VP는 향후 투자 규모에 대해 "작년 한 해 오리지널 타이틀이 15개였는데, 올해 선보일 작품이 25개"라며 "투자 확대 규모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문화 중심에 섰다고 본다"며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내부에서의 평가와 위상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 한국 창작진과 궁합 가장 잘 맞는 파트너"
강 VP는 디즈니+와 애플TV+ 등 글로벌 OTT 업체들과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제로섬 게임이 절대 아니다"라며 "아직 OTT를 보는 분보다 안 보는 분들이 더 많고, 많은 서비스가 론칭하면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넷플릭스만의 차별화 전략이 많이 있고, 경쟁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있다"며 "한국 콘텐츠 제작, 라이선싱 등을 한 지 6년이 지났는데 (한국 창작 생태계와) 합을 가장 잘 맞추면서 같이 커나갈 수 있는 파트너는 넷플릭스"라고 강조했다.
토종 OTT의 해외 진출 준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글로벌 진출에 수반되는 전문성과 엄청나게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콘텐츠를 그냥 (해외에) 가져가서 보여줘서는 안 된다"며 "더빙, 자막 문제 등 창작자 의도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부분이 큰 과제이자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돼 야외활동이 자유로워지면 OTT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쓰니 감기도 안 걸리고 좋은 점이 있어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를 쓸 것 같다"며 "OTT 구독도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확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강 VP는 작품에 대한 권리와 수익을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 탓에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100% 제작비를 내고, 성공에 대한 전제로 추가 보상 펀딩을 한다"며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 추후 시즌이나 다음 프로젝트를 할 때 충분히 (보상에 대한 부분이)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오리지널 영화 첫선…"극장과도 협업 논의 중"
넷플릭스의 향후 전략으로는 작품 다양성 확보를 내세웠다.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이 드라마, 특히 장르물에 집중됐다면 올해부터는 예능·영화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작품의 다양성도 높인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가 이런 것도 하나'라는 생각을 하도록 풍부한 콘텐츠를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강 VP는 "그동안 드라마에 집중했지만, 예능도 계속 제작했고 '모럴센스'를 필두로 넷플릭스가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오리지널 영화들도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영화는 극장가와 협업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넷플릭스가 공개한 올해 라인업에는 연상호 감독의 '정이', 유아인·고경표 주연의 '서울대작전' 등 오리지널 영화 6편이 포함됐다.
그는 오리지널 영화의 극장 개봉 가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돈룩업'을 포함해 많은 (넷플릭스)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했고, 한국 영화도 어떻게 공개할지 극장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작품 확대와 더불어 연예 관찰 예능 '솔로지옥'의 피부색 논란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작품은 피부가 하얀 출연자를 '순수하다'고 묘사하는 등 피부색을 평가하는 표현으로 인해 해외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을 샀다.
강 VP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다 보니 매일매일 새로운 러닝(학습할 부분이)이 있다"며 "발전 계기로 삼고 겸허한 자세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오징어 게임' 게임도 아이디어 작업 중…시즌2 논의 중"
넷플릭스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상품 제작, 게임 서비스 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사업 분야 확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강 VP는 "게임 서비스를 일부 론칭했는데 아직 초기 단계라 어떻게 흘러갈지 봐야 할 것 같고, (게임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한국 IP의 접목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오징어 게임'도 게임화와 관련해 아이디어 고민 등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P를 활용한 굿즈(상품) 제작과 관련해 "매력적인 IP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은 스트리밍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수요가 많다면 주된 사업이 되지는 않겠지만, (출시를) 고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 상황에 대해서는 "황동혁 감독, 제작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스를 둘러싼 망 사용료 논란을 두고는 넷플릭스가 그동안 밝힌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강 VP는 넷플릭스가 향후 망 이용료를 낸다면 구독 이용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망 사용료와 요금 인상은 연결돼 있지 않고, 사용료를 지불해도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