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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셰익스피어 연극에 들어온 듯…영화 "맥베스의 비극"

연합뉴스 입력 01.14.2022 09:38 AM 조회 840
영화 '맥베스의 비극' 포스터[애플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맥베스의 비극'은 잠시 투명 인간이 돼 무대에서 한창 연기 중인 배우들을 관찰하는 느낌을 준다.


야심과 광기, 허망함을 오가는 눈빛으로 한줄 한줄이 시나 다름없는 대사를 읊는 모습이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코언 형제 중 조엘 코언 감독이 동생 이선 코언 없이 처음으로 혼자 연출한 작품이다. 각색을 거치긴 했지만 스토리의 큰 줄기는 17세기 만들어진 원작 그대로 흘러간다.

장식을 최소화한 세트와 한 화면에 잡히는 인물이 대여섯 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극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카메라 워킹과 클로즈업을 활용해 생동감을 입혔다.

을러대기라도 하듯 하늘을 빙빙 도는 까마귀 떼, 갑자기 밀려오는 안개, 끝없이 펼쳐진 밭 등 영화적 장치도 적극적으로 넣었다. 타악기가 만들어내는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코언 감독은 연극과 영화 중간쯤의 지점에서 어느 순간 보는 이를 스크린 안으로 잡아끈다. 관람이 아닌 '체험'이라 할 만하다.



영화 '맥베스의 비극' 중 한 장면 [애플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역자를 처단한 개선장군 맥베스(덴절 워싱턴 분)는 왕을 알현하러 오는 길에 기괴한 모습의 세 마녀(캐스린 헌터)를 만난다. 마녀는 맥베스가 왕이 될 운명이라 말하고 그와 함께 있던 친구 뱅코(버티 카벨)에게는 그의 자식이 다음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맥베스는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편지를 부쳐 이런 내용을 전한다.

편지를 본 레이디 맥베스는 숨겨져 있던 야욕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급기야 승전을 축하하러 자신의 집을 찾은 국왕 덩컨(브렌던 글리슨)을 살해할 음모를 세우고, 이를 망설이는 남편의 나약함을 꾸짖는다. 맥베스는 끝내 잠든 국왕을 칼로 찔러 죽이며 스스로 비극의 서막을 연다.



영화 '맥베스의 비극' 중 한 장면 [애플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호위병들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왕위에 오른 그는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때로는 환영이 나타나 그를 괴롭히기도 한다. 갈수록 난폭해진 그는 사람을 풀어 뱅코를 암살하고 덩컨의 아들 맬컴(해리 멜링)과 함께 도망친 맥더프(코리 호킨스) 가족도 몰살한다.

하지만 맥베스의 죗값을 받으려는 발걸음은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다. 잉글랜드의 지원군을 앞세운 맬컴과 맥더프는 왕궁으로 진격한다. 맥베스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것은 결코 당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을 철석같이 믿고 맥더프와 대결하지만, 맥더프는 "나는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온 자"라고 말하며 그를 처단한다. 레이디 맥베스 역시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영화 '맥베스의 비극' 중 한 장면 [애플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위기는 스토리를 압도한다. 연극뿐만 아니라 그간 영화로도 여러 차례 나온 '맥베스'와 코언 감독의 '맥베스의 비극'을 구분 짓는 지점이다.

1.19:1의 화면 비율과 흑백 화면은 고전미를 더하는 한편 얼음장 같은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하게 한다. 코언 형제의 전작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에서 보여준 특기인 영상미는 소품과 세트를 최소화했는데도 힘을 발휘한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역시 두세 몫은 해냈다. 워싱턴은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공포와 초조함에 시달리는 맥베스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했고, 맥도먼드 역시 우아한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몸소 보여준다. 마녀 역의 헌터는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4일 애플TV+ 공개.



영화 '맥베스의 비극' 중 한 장면 [애플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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