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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그린란드 빙하 녹으며 한반도 해수면 높아졌다"

연합뉴스 입력 10.26.2021 09:07 AM 조회 239
지질연, 택리지에 나온 염전 위치 분석해 해수면 변동 밝혀
1530년과 1850년 곰소만 해역의 염전 추정 위치





국내 연구진이 조선시대 고문헌 분석을 통해 한반도의 해수면 위치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남욱현 박사 연구팀이 조선시대 인문 지리서 '택리지' 등에 나온 염전 위치를 분석해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해수면이 1500년대 초반부터 1700년대 중반 사이 큰 폭으로 변동했음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염전은 대부분 밀물이 들어오는 끝자락에 위치한다.

연구팀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지봉유설(1614), 택리지(1751), 지방지도(1872) 등 조선시대 고문헌에 나와 있는 곰소만 해역의 과거 염전이었던 지역 일원에서 시추조사를 실시해 해수면의 높이를 추정했다.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류의 시추조사를 통해 퇴적암에서 갯벌 흙이 공기 중에 노출돼 만들어진 '고(古)토양'을 발견했다.

고토양은 조사 지역이 과거 바다가 아닌 지표면이었음을 밝히는 증거가 된다.

연구팀은 고토양 등 시추조사 자료를 정밀 분석해 1530년 즈음에는 염전 위치가 해안에서 800m 더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

당시 밀물 때 만조선(바다와 땅의 경계선)의 높이는 1.6m였는데, 220년 후인 1750년에는 2.2m로 0.6m가량 높아졌다.



1872년 지방지도에 나온 곰소만 줄포항 앞바다의 깊이





1872년 지방지도에 나온 곰소만 줄포항 앞바다의 깊이는 4.37m로 만조선의 높이로 추정되는데, 이 수심은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서해안의 평균 해수면은 지구 온난화 등 인위적인 영향으로 인해 매년 1.31㎜씩 높아졌는데, 1500년대 초반에서 1700년대 중반까지는 인간의 간섭이 없었음에도 매년 1.3∼1.4㎜씩 서해안의 해수면이 평균보다 높게 상승했다.

기존 한반도의 해수면 높이에 영향을 미친 시기로 알려진 소빙기(산악빙하가 신장한 시기) 말(1850년)보다 100여 년 빠른 것이다.

1700년대 초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한반도와 일본, 필리핀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남욱현 박사는 "택리지 등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소개한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주거의 이동 경로가 옮겨갔기 때문일 것"이라며 "서해안 갯벌의 특성상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해안선 변화 폭이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경북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마린 지올로지'(Marine Geology) 지난달 27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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