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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국에 극도의 분노 “동맹 맞나?”

주형석 기자 입력 09.18.2021 12:25 PM 조회 6,127
美-英-호주 3자 안보동맹 결성 사전에 철저 배제
아프간 일방적 철수까지 겹쳐 미국에 대한 실망 최고조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미국-프랑스 관계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미국을 동맹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극단적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미국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美-英-호주의 3자 안보 동맹이 결성돼 전격 출범함으로써 가장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3자 안도 동맹을 주도한 미국으로부터 관련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엄청난 굴욕감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그리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기자회견으로 3자 안보 동맹인 이른바, AUKUS 발족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서야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AUKUS 발족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지원을 받아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지난 2016년 맺은 650억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의 핵심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영국, 호주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프랑스에 이를 고의로 알리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프랑스 정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그야말로 완전히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과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8월) 30일 파리에서 호주 측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3자 안보 동맹, AUKUS 출범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은 이러한 의도적 프랑스 배제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지분이 들어간 나발 그룹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호주에 대해서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고, 특히, 계약 파기에 불을 지핀 미국을 향해서는 더욱 분노하는 분위기다.

이슬람 강경 무장 조직 탈레반이 지난달(8월)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서 미국이 프랑스 등 동맹국에 보여준 태도에 대해 매우 크게 실망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불신이 이제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8월 31일로 정해놓은 아프간 주재 미군 철수 시한을 좀 더 뒤로 미뤄 프랑스 국민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달라는 프랑스 정부측의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지난 4년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해 떠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을 상대로 정상적 외교 관계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들이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내부에서는 "아주 심각한 외교적 위기를 겪고 있다", "더는 미국이라는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대단히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가감없이 터져 나올 정도라고 한다.

내년(2022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프랑스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맹폭을 퍼붓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재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이번 AUKUS 출범 사태를프랑스 입장에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재앙’이라고 부르며 조사를 촉구했다.

과거 우파 공화당(LR)에 몸담았다가 탈당한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모욕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극좌로 분류되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미국으로부터 당한 치욕을 그대로 감내할 수는 없다면서 프랑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탈퇴를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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