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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 대신 강렬한 극성으로 뒤덮인 드라마들

연합뉴스 입력 05.03.2021 10:07 AM 조회 783
"통쾌함 주지만 인위적 설정 가속화 따른 부작용도 우려"
모범택시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요 인물이 죽으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제 흔한 전개가 됐고(펜트하우스·로스쿨·오케이 광자매), 사이코패스나 초인에 가까운 능력자도 일반적인 캐릭터(빈센조·모범택시·대박부동산)가 됐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나 고향 마을에도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동백이(동백꽃 필 무렵) 같은 인물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요즘 안방극장은 그렇지 않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전개와 캐릭터들만이 살아남는 분위기다.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인 SBS TV 금토극 '모범택시'는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범죄들을 소재로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과 등장인물들은 초현실에 가깝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울분을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원하게 날려주는 비범한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는 그야말로 다크 히어로다. 택시 기사지만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장교 출신인 그는 냉철한 설계 능력과 뛰어난 무술 능력으로 '공공의 적'들을 가뿐하게 해치운다.
 

대박부동산[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나란히 시작한 수목극 KBS 2TV '대박부동산'과 JTBC '로스쿨'도 자연스러운 공감보다는 극성을 살린 경우다.

'대박부동산'은 최근 모두의 관심사인 부동산에 '퇴마'를 얹었다. 재개발 등 현실적인 이슈를 원귀와 지박령 등 전통적인 공포 소재와 접목해 드라마 요소를 강화했다. 여러 기구한 사연을 가진 귀신들과 은근히 긴장감을 주는 공포와 액션 장면들이 특징이다.

'로스쿨'은 로스쿨을 배경으로 하지만 캠퍼스극이나 법정극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극에 가깝게 출발했다. 시작부터 주요 인물인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 서병주(안내상)가 죽으면서 주인공 양종훈(김명민)부터 한준휘(김범)까지 범인으로 몰리고, 학생들은 졸지에 '실제 사건'과 직면하게 됐다.

이밖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tvN 주말극 '빈센조'와 수목극 '마우스' 역시 각각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가 국내 사건에 휘말린다는 전개와 사이코패스 경찰 캐릭터로 강렬함을 살렸다. 심지어 KBS 2TV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마저도 초반부터 엄마가 죽으면서 가족 모두가 범인으로 몰리는 미스터리 전개 방식을 차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빈센조[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듯 한동안 드라마에서 리얼리티와 일상성이 주요 코드로 떠올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인위적인 설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 "의심하고 풀리는 과정, 불륜 코드 등은 극성을 살리기 위해 상투적으로 쓰는 '드라마트루기'(dramatugy·극작술)이지만 최근 '빈센조'나 '모범택시' 같은 것은 의도적으로 과장된 스토리를 그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지만 그걸 너무 현실적으로 다루면 보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다크 히어로를 내세워 판타지로 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를 과도하게 썼을 경우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초반에는 드라마 소재를 확대하는 역할도 했고, 현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을 이뤄주면서 통쾌함을 안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요새는 도가 지나친 느낌이 있다. 많은 캐릭터가 과도한 능력자로 포장됐고, '설정'은 가속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법과 사회 시스템에서 모든 걸 소화할 수 없다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특이한 방법으로 해결해주려는 측면이 있겠지만, 거꾸로 현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역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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