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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함과 변이 바이러스가 빚은 인도 "감염 쓰나미" 참사

연합뉴스 입력 04.22.2021 11:05 AM 조회 2,843
민관 방역 긴장 완화 속 이중 변이 확산…신규 확진 세계 최다 기록 경신
당국 뒤늦게 봉쇄 등 대응…이주노동자 귀향·백신 부족 등 난제
인도 마투라에서 진행된 홀리 축제 장면. 수많은 참가자는 '노마스크' 상태로 밀집한 채 축제를 즐겼다.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2일 31만4천835명(보건·가족복지부 기준)으로 세계 최다 기록을 경신하자 이런 상황이 초래된 배경에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초 1만명 아래로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 수가 불과 두 달 만에 수십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도의 확진자 수가 이처럼 무서운 수준으로 폭증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인도 정부와 국민의 안이한 대응, 이중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이 '감염 쓰나미'를 불러왔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 일찌감치 긴장 푼 정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인도는 그해 3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전국 봉쇄령을 도입했다.

하지만 두 달가량 이어진 봉쇄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자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확산세는 꺾였다.

지난 2월 2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8천635명까지 줄었다.

그러자 정부는 긴장을 더 풀었다.

하르시 바르단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인도의 코로나19 급속 확산세가 성공적으로 잡혔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때는 다른 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긴장을 유지하면서 확산세를 더욱 늦추는데 주력해야 했을 때였다.

미국 미시간대의 생물통계학 전문가인 브라마르 무케르지는 AP통신에 "인도는 브라질과 영국 등에서 발생한 2차, 3차 확산 상황으로부터 배우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인도 뭄바이 기차역 인근에서 막대를 휘두르며 주민을 통제하는 경찰(가운데). 
◇ 전국 곳곳에서 축제·선거…'노마스크' 아수라장 

정부의 느슨한 태도는 국민에게 "이제 코로나19는 거의 끝났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안 그래도 밀집 주거 환경에 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상당수 인도인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상황이 돌아간 듯 생활했다.

와중에 수천에서 수백만명의 '노마스크' 군중이 몰리는 축제와 선거가 이어졌다.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2월 말에는 '색의 축제' 홀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수많은 인도인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서로 색 가루나 물풍선 등을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다른 이의 몸에 색을 칠하며 홀리를 즐겼다.

북부 우타라칸드주 하리드와르 갠지스강변에서는 1월부터 대규모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Kumbh Mela)가 열리고 있다.

힌두교 신자들은 쿰브 멜라 축제 기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가 사라지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고 믿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밀듯 밀려들었다.

입수(入水) 길일에는 하루 최대 수백만명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거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전히 무시됐다.

이 와중에 웨스트벵골주, 타밀나두주, 아삼주 등 인도 일부 주에서는 지방 선거 유세가 진행됐다. 정치인은 물론 유세 참가자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거리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이들로 넘쳐났다.

뉴델리 라지브 간디 병원의 의사 아지트 자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소독 습관은 줄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거의 제로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도 하리드와르에서 열린 '쿰브 멜라' 축제에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참가자들. 


◇ 이중 변이바이러스 변수로 확산 가속 

설상가상으로 '이중 변이 바이러스'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전염력과 파괴력을 갖춘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인도의 확산세가 대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인도 보건부는 이후 지난 3월 말에서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변이 바이러스 E484Q와 L452R가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이가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하루에만 7만명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국립 과학산업연구위원회의 유전체학 연구소장인 아누라그 아그라왈에 따르면 마하라슈트라주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자의 60% 이상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전염 상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아웃브레이크에 따르면 지난 1월 거의 보고되지 않았던 인도 내 변이 바이러스는 4월 샘플에서는 52%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변이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면역 회피는 병원체가 인체의 면역 반응 시스템을 피해 가는 것을 말한다. 면역 회피 능력을 갖춘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되면 백신 접종과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생겼을지라도 다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번스타인 보건연구소장인 니티아 바라수브라마니안은 "계산 작업 결과 인도의 코로나19 재확산 수치는 이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설명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 LNJP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환자들. [로이터=연합뉴스]


◇ 봉쇄·백신 대응에도 한계…이주노동자 귀향도 '방역 악재'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만 인도 연방정부는 경제에 대한 타격 우려 때문에 강력한 전국 봉쇄령 카드는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대신 감염이 심각한 일부 지방정부가 일시 봉쇄나 야간 통금 등의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수도 뉴델리는 19일 밤부터 6일간 봉쇄령을 발령했고, 마하라슈트라주도 의료기관, 식료품 유통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이들에 대해서는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는 17∼19일 주말 통금을 시행했고 펀자브주, 라자스탄주, 카라나타카주, 구자라트주 등에서는 야간 통금 조치를 도입했다. 야간 통금 시간은 주별로 조금씩 다르다.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 [AFP=연합뉴스]


인도 정부는 백신 접종이 더 확대되면 확산세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코비실드), 현지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백신(코백신),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당국은 백신 접종 나이 제한을 풀어 다음 달부터 18세 이상 모든 국민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했다.

애초 인도는 오는 8월께까지 50대 이상 또는 기저질환자 등 3억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자 예정보다 빨리 나이 제한을 없앤 것이다.

아울러 당국은 코비실드와 코백신 등의 물량을 늘리고 추가 승인을 통해 백신 접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여러 조치에도 인도의 확산세가 조만간 잡히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봉쇄 통행 제한에 예외가 많고 방역 통제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확산세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 봉쇄 조치를 피해 수많은 도시 이주노동자가 귀향하고 있는 점도 '방역 악재'다.

지난해에도 전국봉쇄령이 내려지자 이주노동자 수백만명이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도시로 복귀하면서 바이러스가 크게 퍼졌다.

수요 폭증으로 곳곳에서 백신 부족 사태가 발생한 점도 인도 정부에는 큰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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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인도 뉴델리를 떠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몰려든 이주노동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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