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를 한국 최초로 설립해서 개념과 체계를 정립했다.
예전에 홍보 차원에서 배우자 순위조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특정 직업을 서열화했고,
그것이 하나의 인식이 되어버렸다. 내가 가장 잘못한 부분이다.
그래서 20년 전부터는 그런 설문조사를 안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그런 조사는 나오고 있다.
30여 년 간 수많은 만남과 결혼을 지켜본 결과, 100명이 다 스타일이 다르고, 어울리는 상대도 다르다.
그래서 몇 가지 기준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흔히 말하는 인기 배우자의 뒷모습을 보면 평균이다. 돈 없이 어렵게 시작한 커플도 역시 평균이다.
최고의 배우자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최악일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인 줄 알았는데,
최고의 배우자일 수도 있다. 나한테 맞는 상대가 최고의 배우자다.
A는 명문대를 나왔고, 집안도 좋은 소위 1등 신붓감이었다.
조건이 좋아서 선 자리가 줄을 이었고, 고르고 골라서 미국교포 2세 변호사와 결혼했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그녀의 인생은 황금빛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모든 것을 갖춘 것 같았던 남편이 실체를 드러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활 능력이라고는 없었고, 버는 돈은 자기 밑으로 다 들어갔다.
사건 하나 제대로 맡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지금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
B의 경우는 정반대다. 그녀는 가난한 집안, 평범한 대학을 나온 보통 남자와 결혼했다.
주변에서는 왜 그녀가 그런 남자를 선택했는지 의아해했다.
그녀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느라 처음 몇 년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책임감이 강한 남편은 어떻게 해서라도 생활비는 갖다줬고, 몇 해가 지나자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아내가 고생한 것을 아는 남편은 지금도 처가 일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나선다.
그녀는 지금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서 품격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만 보고 사람을 선택하기에는 인생에 너무도 변수가 많다.
최고의 배우자와 최악의 배우자는 지금 현재의 조건과 상황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결혼생활의 결과물이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