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401. 발레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ABT의 ‘겨울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04.15.2025 08:44:49  |  조회수: 47


 발끝으로 시를 있다면,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어떻게춤으로 태어날까? 이상말이 필요 없어진다. 말로는 담아내기 힘든인간의 감정과 운명의 파고, 복잡하고도 고전적인이야기들이 발레라는 몸짓의 언어로피어날 , 우리는 비로소고요한 탄식을 하게 된다. “, 이것이 바로예술이구나.”


 지난 주말, 나는 ABT(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처음으로LA 무대에 올린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 공연을 보러 시거스트롬 센터를찾았다. ABT 이미 여러차례 LA 찾아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용극으로 만날기회는 드물다. 특히 이번겨울 이야기 LA 초연이라 기대감이컸고, 시간넘는 장거리 운전에도 무대에대한 설렘은 피로를 잊게했다. 익숙한 작품도아니고, 유명한 멜로디도 없어낯선 감각이었지만, 낯섦속에서 다른 예술의깊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무대는 마치 꿈의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웅장한풍경 같았다. 바다와 궁정, 숲과 환상의 세계가고요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펼쳐졌다. 무대장치 하나하나가 세심했고, 의상과 조명, 연기와 동작이 조화를 이루며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어느한순간도 단순히 예쁜 그림에머무르지 않았다. 안엔질투, 후회, 회한, 용서, 사랑이라는 인간의 서사가 온몸으로흘러나왔다.


 크리스토퍼 휠든의 안무는전통의 틀을 지키면서도 대담하게변주를 시도했다. 군더더기 없이간결한 동작 안에서 등장인물들의심리 변화가 촘촘히 새겨졌고, 조비 탈보트의 음악은말없는 서사에 동화적인 숨결을불어넣었다. 다만 음악은어딘가 낯설고 서사에 집중된만큼 선율보다는 분위기에 무게를두고 있어, 귀에 익은클래식 선율을 기대했던 나로서는약간의 지루함도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히려 무용수들의움직임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역설적인 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던 , 무대 위를 환히밝히던 한국인 수석무용수 서희였다. 꼬르드 단원에서 시작해지금은 ABT 대표 무용수로활약하고 있는 그녀는 무대위에서 마치 운명처럼 있었다. 그녀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공연은 내게 뭉클한의미로 다가왔다. 발레는 무대위의 몸짓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과 감정의 총합이라는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순간이었다.


 겨울 이야기는 셰익스피어가말년에 희비극이다. 질투로 아내를 잃은 왕이세월을 통해 회한을 마시고, 사랑으로 다시 삶을회복하는 이야기. 고전의뼈대를 발레라는 예술이 만나면, 언어보다 깊은 감정의강이 흐른다. ABT 공연은단순히 작품 하나를 경험이 아니라, 고전과 현대가교차하며 만들어낸 예술의 흐름속에 내가 잠시 발끝을담근 감각이었다.


  , 공연장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사라졌지만, 그가 말하고자 했던삶의 진실은 여전히 무대위에 살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고, 발레이며, 우리가 공연장을 찾는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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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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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323-42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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