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432. LA에서 만난 국립발레단 ‘호두 까기 인형(Nutcracker)’—익숙함을 새롭게 깨우는 겨울의 클래식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11.24.2025 10:23:14  |  조회수: 49

LA에서 만난 국립발레단호두 까기 인형’—익숙함을 새롭게 깨우는 겨울의 클래식


해마다 12월이 되면 거리의 불빛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크리스마스의 공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발레가 있다. 바로 ‘호두까기 인형(Nutcracker)’이다. 이 작품은 해마다 무대에 오르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늘 새로운 감정을 품고 다시 돌아온다. 지난주 한국문화원에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영상을 보며, 익숙한 고전이 어떻게 해마다 다른 얼굴로 태어나 우리 겨울의 문을 열어주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무대에서는 객석이라는 한 방향의 시선만 허락되지만, 영상에서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또 다른 감각의 문을 연다. 무용수의 눈빛, 음악이 닿는 손끝의 떨림, 몸의 긴장과 이완이 더 가까이 보이며 작품의 결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수십 년 동안 이 작품을 겨울마다 보아왔음에도 매번 새로운 감정이 스며드는 이유는, 예술이 반복 속에서도 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만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여러 버전들과는 다른 호흡을 품고 있었다. 꽃의 왈츠(Waltz of the Flowers)를 이끄는 이슬방울 요정(데이드롭, Dewdrop)은 등장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진저맘(Ginger Mother)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또 양치기 춤(셰퍼드 댄스, Shepherds’ Dance)에서는 양 대신 프랑스풍 의상과 작은 인형 강아지가 등장하며 고전 속에서도 새로운 상상력이 자라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익숙한 장면이 빠진 자리는 오히려 새로운 해석이 들어와 앉는 듯했다.


상영 전에 크리스틴이 들려준 부드러운 해설은 작품을 바라보는 마음의 결을 한층 깊게 해주었다. 한국 2세로서 무대를 직접 살아온 예술인이 건네는 설명은 영상이 시작되기 전 조용히 프롤로그가 열리는 듯한 느낌을 주며, 감상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주었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의 실버발레단원들이 호두까기 인형 속 등장인물의 의상을 입고 함께 했다. 꽃의 왈츠 음악이 흐르던 순간, 한 단원이 조용히 내게 말했다. “선생님, 음악이 시작되는데 예전에 무대에서 춤추던 느낌이 다시 몸으로 올라왔어요. 거기서 그대로 또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말 속에는 예술과 함께 쌓여온 시간, 무대가 몸에 남긴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의 행사였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피어오른 삶의 감동이었다. 그 순간, 이 겨울의 작은 무대는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하게 빛났다.


한국문화원이 마련한 따뜻한 선물들은 이 겨울의 고전에 또 다른 빛을 더했다. 올 한 해 한국문화원이 선보인 다양한 공연예술 시리즈를 떠올리면, LA라는 도시에서도 한국 예술의 숨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 문화란 우리가 어디에 있든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주는 조용한 등불이며, 그 등불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손길이 상영회 곳곳에 스며 있었다.


이번에 만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내가 수십 년 동안 반복해온 바로 그 작품이면서도, 다시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 겨울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한국문화원의 정성과 노력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러한 예술의 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조용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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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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