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371. 오페라와 발레의 만남을 꿈꾸다. LA 오페라 푸치니 나비부인 리뷰: Review of the Madama Butterfly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09.24.2024 08:31:16  |  조회수: 469


오페라와 발레의 만남을 꿈꾸다.

LA 오페라 푸치니 나비부인 리뷰: Review of the Madama Butterfly 


 지난 주말LA 오페라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관람했다. 푸치니는 몇 달 전 투란도트뿐만 아니라, 라보엠과 마농 레스코도 봤기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마치 선생님처럼 남편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우리가 푸치니 작품을 몇 개나 봤지? 라보엠의 내용 생각나? 중국 공주가 나오는 작품의 제목이 기억나?" 나비부인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유럽인들이 동양의 신비로운 세계를 동경하던 자포니즘(Japonism)이 유행이었다는 것과, 반 고흐가 일본풍을 많이 차용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한국을 소재로 한 오페라가 없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항상 공연 전날 오페라 작품을 공부한다. 하나둘씩 사서 모은 책이 책장에 가득해진 것을 볼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나비부인 내용을 이야기해 주면 남편은 그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준다. 청일전쟁, 1차 세계대전 등등. 그러면 나는 꼬리를 내린다.


 공연 첫날이라서 그럴까? 빈 좌석 하나 없이 공연장은 만석이었고, 모두들 할리우드 영화배우처럼 드레스업 하고 있었다. "당신도 턱시도를 입고 올 걸 그랬다"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내가 턱시도를 입었으면 웨이터로 알고 음식 주문할 걸"이라며 웃겼다.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부부는 "생긴 대로 살고, 느끼는 대로 즐기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비부인은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2024 LA 오페라의 나비부인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웅장하게 펼쳐지는 나가사키 항구의 언덕 위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 장치가 우리를 압도했다. 저절로 돌아가는 일본풍 가옥의 구조는 다다미 방을 연상하게 했고, 해군 장교 핑커튼이 아들을 데리고 갈 때 쵸쵸상이 내민 손을 닫히는 문이 단절하는 장면은 세상과의 소통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가슴이 먹먹했다. 이미 비극적인 스토리라는 결말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일 것이다.


 공연이 시작 전 미국국가가 연주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어는 공연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국가가 울려 펴졌던  기억이 났다.  이전에는 없었던 무대 위의 빅스크린은 다양한 각도로 안 보였던 화면을 보여주어 감상에 더욱 도움이 되었다. 나는 오페라를 보며 문득"나비부인"에 발레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극의 감정선을 춤으로 표현하면 더욱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조사해 보니, 몇몇 공연에서는 2막에 발레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오페라에서 음악과 스토리의 조화는 발레의 움직임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인간 감정의 깊이를 탐구하면서도 문화 간 충돌이 빚어낸 비극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보며 발레를 통해 그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발레에서의 감정과 표현의 자유로움은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요소와 잘 어우러질 것 같다.


  특히, 어떤 개인 날( Un bel dì vedremo)는 발레 수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리아다. 코러스가 허밍을 할 때, 아무런 노래 없이 몇 분간 벽에 서 있는 쵸쵸상의 모습은 아리아를 부를 때보다 더 강렬한 감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이는 것 같다며 무릎을 쳤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쵸쵸상 역의 소프라노와 스즈키 역의 메조소프라노가 모두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 예술가들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들의 노래뿐 아니라, 리얼한 연기는 눈물을 절로 흘리게 했다. 그들이 있기에 예술의 세계에 우리는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아들에게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쵸쵸상의 절망과 고통이 너무 잘 표현되어 마치 내가 쵸쵸상이 된 것처럼 절박한 감정을 느꼈다. 나비부인의 각 장면을 발레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공연장을 나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아직 한국을 소재로 한 대작 오페라나 발레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나비부인"이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한국의 역사나 문화를 담은 대작이 등장한다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창작의욕에 열심히 춤을 추며 집을 가기 위해 파킹장까지 걸어갔다.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DISCLAIMERS: 이 글은 각 칼럼니스트가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column is written by the columnist, and the author is responsible for all its contents. The us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is article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is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전체: 364 건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