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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SNS와 첨단기술로 신분 위장 ‘외화벌이’

주형석 기자 입력 09.15.2018 07:28 AM 조회 4,539
북한 공작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미국의 소셜미디어, SNS와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해 신분 위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북한측이 SNS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의 구직 사이트들과 메신저, 인터넷 결제서비스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지난해(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을 취재하다가 이같은 북한의 신분 위장 ‘외화벌이’ 행태를 감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WSJ은 당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한 북한 요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기 등 첨단 스마트 기기에서 중국 선양에 근거를 둔 한 IT 기업인과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그 때 추방된 북한 요원은 추방되기 전까지 IT 기업인과 북한을 위한 영리사업에 관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요원과 IT 기업인은 북한 방언에서만 쓰이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WSJ은 고객들과의 인터뷰, 구직사이트 기록 등을 통해 이 중국 선양 IT 기업이 최소한 수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WSJ은 이처럼 가짜 SNS 계정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으로 북한에서 그동안 거둬들인 총수익이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선양에서 활동하는 이 IT 기업인의 이름은 ‘리광원’으로 김정남 암살사건 공범들의 전자기기들에서 ‘리광원’의 중국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이 발견됐다.

WSJ 보도에 따르면 ‘리광원’은 김정남 암살사건의 공범과 한 美 기업으로부터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다른 나라 병원에 파는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실제 실행되지 않았다.

‘리광원’ 일당의 범행 수법은 SNS상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구직 사이트로 외부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등 업무를 맡긴 뒤 그들에게 주어야할 임금을 떼어먹는 것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WSJ이 ‘리광원’의 이메일 주소로 검색한 결과는 이같은 보도내용을 뒷바침했다. 온라인에 50개 이상의 가짜 SNS 프로필과 웹사이트 등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계 중국인인 ‘첸둥광’은 WSJ 인터뷰에서 2016년 ‘리광원’과 만나 북한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회사를 세우는 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리광원’ 일당이 자신의 신분을 몰래 도용해 온라인상의 가짜 신분을 만들어 프로그래머 모집에 사용한 사실은 뒤늦게서야 알게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구직사이트 ‘Freelance.com’에서 ‘첸둥광’이라는 이름의 이용자에게 고용된 한 스리랑카 프로그래머는 인도 IT 기업에서 사용할 앱을 개발했지만, 800달러 임금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광원’ 일당은 이밖에도 미국에 사는 태국 시민권자가 보스턴에 설립한 ‘SQ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인터넷 주소, URL만 살짝 바꾼 가짜 ‘SQ 테크놀로지’ 사이트를 개설해, 프로그램 개발과 그래픽 디자인 등의 일거리를 수주하는 온라인 사기극까지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짜 회사가 ‘Freelance.com’이나 ‘Upwork’ 등 구직사이트에 올린 공고를 보고 한국과 인도 등 세계 각지 프로그래머들이 가짜회사와 접촉했다고 WSJ은 전했다.

한 파키스탄 프로그래머는 미국의 기업용 메신저 ‘Slack’을 통해 이 가짜회사 공동 창업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면접을 한 뒤 월 3,5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았다.

‘리광원’ 일당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미국 취업비자를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가짜 회사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하자 진짜 ‘SQ 테크놀로지’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진짜 ‘SQ 테크놀로지’측이 가짜 회사를 연방수사국, FBI에 신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6일(목) 북한 해커 1명을 처음으로 기소했고, 지난 13일(목)에는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해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을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등 불법적인 북한의 IT 활동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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