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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탕 소리에 하늘서 난리 난 줄"

박현경 기자 입력 11.15.2017 05:21 AM 조회 1,404
15일 오후 4시 대구에서 경북 포항으로 가는 대구―경북 고속도로.
 오후 2시 29분께 규모 5.4 지진이 난 포항으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입구 수 십m 앞부터 차들이 갑자기 정체하기 시작했다.

 지진으로 하이패스 차선 일부가 고장 나 화물차, 승용차 등이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고장이 난 하이패스 구간 인근에서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한 남자가 빨간색 막대를 흔들며 차 진입을 막고 있었다.

 그는 "지진으로 하이패스가 고장이 났다"며 "일부만 겨우 되살린 상황이다"고 말했다.

 톨게이트를 겨우 빠져나와 진앙인 북구 흥해읍 망천리로 갔다.

 아파트를 낀 편도 2차선 도로에 이르러 신호를 기다리던 중 뒤에서 소방차 2대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접근하고 있었다.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들이 양옆으로 길을 터주자 소방차가 재빨리 지나갔다.

 망천리에 도착하는 동안 도로 곳곳에서 전쟁이 난 것처럼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또 경찰관들이 차흐름을 통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4시 49분 흥해읍 망천리 마을. 몰고 온 차에서 내리는 순간 다시 한 번 '쿠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마을이 흔들렸다.

 휴대전화로 포항시 북구 북쪽 8㎞에서 규모 4.6 지진이 또 발생했다는 긴급 재난 문자가 들어왔다. 규모 5.4 이후 발생한 3번째 지진이다.

181가구가 모여있는 망천리를 둘러보니 높이가 일반 성인 어깨에 이르는 담이 수m씩 무너져 내린 집이 곳곳에 보였다.

 일부 집은 벽면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담이 무너져 차가 부셔졌다.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샘물은 지진으로 흙탕물로 변했다고 한다.

 오후 5시가 넘어 날이 어둑어둑해졌지만 일부 주민은 지진이 또 올까 봐 걱정이 되는지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마을 한곳에 모여있었다.

 담이 무너진 피해를 본 주민 이옥숙(72·여)씨는 "지진이 나는 순간 '꽈당탕'하는 소리가 들려 하늘에서 난리가 난 줄 알았다"며 "소식을 들은 자식들이 전화했지만 정신이 없어 목소리를 듣고도 누가 누군지 몰랐다.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주민인 노혜경(53·여)씨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지진으로 담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달려왔다"며 "집에 있는 화분 등도 모두 쓰러졌다"고 했다.

 조준길(70) 망천리 이장은 "주민이 지진으로 많이 놀랐다"며 "계속해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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