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을 위한 후원의 밤 발레이야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사랑 속에 그 사랑받고
있지요. We are with you. 조용히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천사 날개를 달고 한
손엔 촛불을 들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갔다. 고사리 손으로 수어(Sign Language)로 발레를 한다. 그들의 발레는 음악과 어우러져 마치 빛처럼 공간을 감쌌다. 이 노래는 단순한 가사가 아니었다. 그 선율은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준다.
나는 지난 21년간 발레수업시간에
레베랑스 인사로 이 작품을 항상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이렇게 말한다. “화날 때, 엄마에게 신경질 낼대, 짜증 나는 일이 있을 때, 이
동작을 해 보렴. 몸으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질 거야.” 어지럽던 교실도, 떠들썩하던 아이들의 마음도 어느새 진정시키고 집중력을 불러오며 고요 해진다.
나비효과라고 할까? 그들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사의 움직임은 작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지난주, 진발레스쿨의 아이들이 LA 만나교회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후원의 밤에 초청되었다. 이번 초청은 지난 8월 발표회 때, 장애인을 위해 준비했던 발레 작품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을 본 관계자가 요청한 덕분이었다. 공연 날짜가 식구들 이랑 하와이 여행을 가기로 한 날로 이미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모두 완납한 상태였다. 딸의 휴가로 여행날짜를 바꿀 수도 없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날 만큼은 꼭 함께하고 싶다는 내 결심 때문에 공연을 한다고 약속을 하였다.
담임목사님은 시각 장애인이었다. 앞이 안 보이는 돼도 문 앞에 서서 시종일관 웃는다.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사례비 $300을 주신다. 나는 그 비용을 장애인을 위하여
다시 헌금을 하였다. 목사님 앞에 다가와 봉투를 내밀었는데 모른다. 그 순간 내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앞이
안 보이지!!” 봉투를 목사님의 손에 직접 쥐어 드리니 목사님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고개를 뒤로 돌리며 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췄다.
행사는 평범함 속에 비범한 감동을 담고 있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차례로 나와 노래하고 찬양할 때, 그들의 밝은 표정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저들의 상황이라면 저렇게
밝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22년째 이어져 온 이 행사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
푸짐한 저녁식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때는 모두가 선물도 받았다. 학부모들도 나의 마음과 같이 늦은 밤까지 함께하며 아이들의 공연을 응원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의 피로를 무릅쓰고 달려온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날의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그들에게는 간절한 소망이고 희망이라는 것을 깨 달았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날의 무대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 주었다. 오늘의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감사와
사랑을 배우고, 장애인과 함께하는 마음을 느꼈기를 바란다. 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고. 그렇게 희망을 품고 우리 모두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작은 촛불 하나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힘을 느끼는 은혜로운 밤이었다. 하와이에서 가족이 보내준
사진을 보며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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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발레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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