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의 남성이 드디어 이상형을 만났다. 여성은 50대 초반, 자기관리를 잘한 매력적인 엘리트였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한 달 동안 매일 통화하고, 가족을 소개하고, 통장을 보여주고, 장래 약속까지 했다.
영화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였다. 연애 기간이 짧으면 감정은 빠르게 타오르지만, 관계의 내성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소한 오해, 말 한마디, 감정의 기복이 곧바로 폭발로 이어진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여성이 몸이 아파 예민해졌던 날, 남성은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사별 후 오랜만의 사랑이었고, 그는 이 관계에 ‘올인’하고 있었다.
“나는 시궁창에 던져진 심정이다. 이럴 수는 없다. 갈 데까지 가겠다.”
조급함은 위로가 아닌 압박이 되었다. 여성 입장에서는 한 달 연애에서 감당하기에는 감정의 밀도가 너무 높았다.
나는 두 사람을 중재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서로 연락을 끊고, 셋이 다시 얘기해보자고 제안했다. 그 사이 남성은 반성문까지 쓰며 진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당일, 여성은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까봐 덩치 큰 지인을 데리고 나타났다. 거기서 남성의 자존심은 다시 무너졌다. 평정심을 잃은 남성은 “당신은 이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여성에게 그 말은 설득이 아니라 압박으로 들렸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끝이 났다.
두 사람 모두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연애 기술’이었다. 연애에는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한 템포 멈추는 능력, 떠날까 두려울수록 더 부드러워지는 여유. 그들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사랑이 깊을수록 말은 더 조심해야 한다. “갈 데까지 가겠다”는 말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를 끝내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나는 남성에게 말했다.
“사랑에도 매너가 필요합니다.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도 용기입니다.”
여성에게도 말했다.
“그분의 말은 왜곡된 표현일 뿐이니 그 진심만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잘 헤어지는 일뿐이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뜨겁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가는 사랑은 속도가 아니라 ‘조절’에서 결정된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