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이른바 ‘플레이보이’였다. 외모는 평범했지만 훤칠한 키, 사교적인 말솜씨,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제력, 안정된 직장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열정적이었다. 여성을 만나면 적극적이었고,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어떻게든 만나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대표님, 이제 저도 결혼해야겠습니다.”
“그동안 만나던 여성들과는 다 정리했어요?”
“그런 만남은 이제 그만하려고요.”
“그럼 어떤 여성과 결혼하고 싶은데요?”
대답은 뜻밖이었다.
“남자 경험이 별로 없는 여자요.”
“본인은 그렇게 많은 여성을 만나 놓고요?”
그가 웃었다.
“그러니까 더 그런 여자가 좋은 거죠.”
나는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여성인데요?”
“가정교육 잘 받고, 얌전하고, 남자 많이 안 만나본 여자요. 요조숙녀 같은 여자면 좋겠습니다.”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했다. 여러 여성을 소개한 끝에 결국 그가 원하던 여성을 만났다. 조용하고 반듯했다. 연애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찾던 ‘요조숙녀’였다. 두 사람은 결혼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결혼하면 사람이 좀 달라지겠지.’
그런데 문제는 결혼 후에 시작됐다.
어느 날 그가 답답하다며 찾아왔다.
“대표님,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뭐가 재미없어요?”
“아내하고 대화가 안 돼요.”
“결혼 전에는 몰랐어요?”
“그때는 얌전한 게 좋았죠. 제가 바라던 여자였으니까요.”
“그런데요?”
“같이 살아보니까 너무 달라요. 관심사도 다르고, 대화도 안 통하고….”
아내 쪽의 불만은 더 컸다.
“남편이 결혼 전에는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든데요?”
“저하고는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요. 완전 변태 같고요.”
두 사람은 서로가 원했던 배우자였다. 남자는 순하고 얌전한 여성을 원했고, 여자는 경제력 있고 적극적인 남성을 만났다.
프로필만 보면 서로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같이 살아보니 달랐다. 자라온 환경도 달랐고, 가정교육도 달랐고, 친구도 달랐고, 대화의 주제도 달랐다.
무엇보다 부부생활, 섹스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남편에게 아내는 잠자리가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됐고, 아내는 남편의 잠자리 행동이나 요구가 부담이 됐다.
결국 남편은 다시 밖으로 돌았다. 바람을 피웠고, 결혼은 깨졌다. 두 사람은 이혼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둘 다 다시 결혼했다. 남자는 자신과 비슷하게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세상 경험도 많은 여성과 재혼했다. 여성 역시 자신과 비슷한 상처가 있는 순진한 남성과 재혼했다.
참 묘한 일이다. 첫 번째 결혼에서는 서로에게 없는 것을 찾았다. 두 번째 결혼에서는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택했다.
결혼 전에는 외모, 학력, 직업, 경제력, 집안 같은 조건을 본다. 또 ‘이런 사람만은 싫다’,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자기만의 배우자상을 만든다.
하지만 결혼하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것들이 중요해진다. 대화가 되는가. 생활습관이 맞는가. 잠자리 궁합이 맞는가. 돈을 쓰는 방식은 비슷한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푸는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멈출 수 있는가.
결혼 전에는 완벽해 보였던 사람이 같이 살면 힘든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처음에는 별것 없어 보였던 사람이 살아갈수록 좋은 배우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결혼은 어렵다.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ouple.net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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