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들 결혼 상대를 찾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들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뒤 의대를 마치고, 지금은 미국 서부에서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안정적인 고소득에 본인 명의의 집도 있고, 인상도 좋다.
집안 환경 역시 부족할 것이 없다.
아버지 또한 성공한 기업인으로, 성실하게 살아오며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결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소개가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어떤 만남은 거절했고, 어떤 만남에서는 아들이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문제는 조건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이 아들은 1990년생이다. 학력도, 직업도, 경제력도 충분하고 인상도 좋다.
누가 봐도 좋은 배우자를 만날 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결혼에서는 이런 경우가 오히려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자신이 많은 것을 이뤄온 사람일수록 배우자를 바라보는 눈도 그만큼 높아진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서로 원하는 조건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아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한다.
나이, 첫인상, 호감,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대로 그런 조건을 갖춘 여성들 역시 자신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상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학력과 좋은 직업, 안정된 경제력을 갖춘 남성이라고 해서 배우자를 더 쉽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의 폭은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부모는 좋은 며느리를 원하고, 아들은 설레는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커플매니저는 두 사람이 정말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본다.
이 세 가지 기준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자주 엇갈린다.
결혼은 누가 더 좋은 조건을 가졌는지를 겨루는 일이 아니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끌리고, 같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나는 그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드님이 너무 훌륭하게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조건이 배우자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도 나는 그 아드님과 가장 잘 어울릴 인연을 찾고 있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