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재택근무(WFH) 모델을 도입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다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예상되는 재택근무의 미래와 이에 대비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때는 2006년이었다. 필자는 당시 가족과 함께 6주 동안 5개국에 걸쳐 마야 유적을 방문하는 일생일대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가 중은 아니었다. 여행 내내 일을 했다. 컴퓨터월드(Computerworld)에 매주 실리는 칼럼을 쓰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컨설팅 일도 하고 있었다.
이때 편집자나 고객에게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필자가 해외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지 실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스포일러: 이들은 필자가 해외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감이 임박하자 인터넷 연결이 정말 필요했다. 묵고 있던 마을에서 호텔이 있는 다른 작은 마을로 갔다. 그곳에서 페인트로 ‘호텔’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낡은 건물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와이파이가 있었다(그 시절에는 이런 장소에서 와이파이를 찾기 어려웠다. 찾을 수만 있다면 비밀번호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근처에 앉아 인터넷을 연결한 후 칼럼을 보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앙아메리카의 습기에 땀을 흘리면서 모기를 쫓던 당시만 하더라도 필자는 그게 미래라는 것을 몰랐었다.
원격근무의 부상
원격근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존재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원격근무를 서둘러 시행하게 되면서 그 속도가 가속됐을 뿐이다. 즉 원격근무가 갑자기 부상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업무 시간과 장소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의 부상이라는 더 큰 트렌드의 일부였다.
지난 5년 동안 유연근무는 착실하게 자리를 잡아 왔다. 링크드인(LinkedIn)의 글로벌 인재 동향 보고서(Global Talent Trends 2019 Report)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유연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채용 공고가 78% 늘어났다.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Global Workplace Analytics)의 2020년 3월 데이터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국에서만 재택근무가 무려 173% 증가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닥치면서 확산 속도가 느렸던 이 트렌드는 하룻밤 사이에 속도가 아주 빠른 트렌드로 변모했다. 그리고 대규모 원격근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 랩스(Owl Labs)는 2020년 미국 원격근무 현황 보고서(2020 State of Remote Work US Report)에서 원격근무를 허용하면 직원 이직률이 평균 25%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을 보지 말자. 미래의 원격근무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규모의 기업, 경영진, IT 전문가가 놀랍지만 필연적인 원격근무의 미래를 파악해야 할 시점이다.
급증한 원격근무, 이후의 미래는?
유연근무와 원격근무의 공통점은 둘 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현실’의 맥락, 즉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일과 업무 장소 및 시간이 분리되면서 부상했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트렌드는 반드시 모든 업무를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여기에 다른 트렌드가 결합되면서 원격근무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 팬데믹 그리고 앞으로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팬데믹을 우려해 도시 거주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했다. • 수십 년에 걸쳐 도시 물가(생활비)가 계속 증가하면서 도시 거주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절감돼 이는 현재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됐다. • 위성 인터넷 혁신이 임박했다. • 우버(Ubetr),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공유 기업들이 부상했다. • 전 세계적으로 원격근무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증가했다.
이런 트렌드가 결합되면서 원격근무자들은 시골이나 아주 외딴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심지어는 한 장소나 한 국가에 머물지 않고 유목민처럼 떠돌면서 진짜 ‘멀리 떨어진’ 원격근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