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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전' 도로 달군다

아우디의 신모델 국내 출시 이어 폭스바겐도 신차 선봬
기아·현대차도 각각 고성능 버전과 아이오닉6 곧 출시
테슬라 독주 약화 속 국산 전기차가 점유율 빠르게 높여

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전기차 신모델을 내놓는다.

한국은 자동차 시장의 크기는 작지만 고객 눈높이가 높고 구매력이 커 세계 시장의 ‘테스트베드’라 불릴 만큼 중요한 곳이다.

기존 강자였던 테슬라의 기세가 점차 사그라들고, 국내산 전기차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전통적 명가들이 전기차 모델로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다.

하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신모델을 출시하는 것부터 눈에 띈다. 아우디가 스타트를 끊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6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 뉴 아우디 Q4 e-트론 40’과 ‘더 뉴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 40’을 국내 출시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RS 아우디 e-트론 GT’에 이은 아우디의 세번째 전기차다. 폭스바겐그룹에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가 아우디 최초로 적용됐다.

배터리 용량은 82kWh, 주행거리는 368㎞(Q4 e-트론 기준)다. Q4 e-트론의 사전계약자는 지난 6일 기준 7000명 이상이다. 가격은 Q4 e-트론 40의 기본형이 5970만원에서 시작한다.

다만 보조금이 발목을 잡는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구매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에 Q4 e-트론은 포함되지 않았다.

6370만원부터 시작하는 Q4 스포트백 e-트론만 국고보조금 289만원을 받을 수 있다. 겨울철 주행거리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 대상이 되려면 주행거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저온 주행거리 기준은 상온의 70% 이상이 돼야 하는데 Q4 e-트론은 인증 과정에서 기준치 대비 수치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오는 15일 전기 SUV ID.4를 국내 출시하며 형제 브랜드인 아우디와 경쟁할 예정이다.

배터리 용량은 Q4 e-트론과 같은 82kWh인데,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05㎞로 더 길다. 국고보조금은 651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통해 유추하면 판매가격도 550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출고가 5500만원 미만 차량에 최대 700만원, 5500만~8500만원은 50%인 최대 350만원이 지급된다. 8500만원 이상 차량은 보조금이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도 ‘더 뉴 EQE’와 ‘i7’ 등으로 하반기 신차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국산 전기차도 새로운 고성능 모델까지 더해 경쟁에 나선다. 기아는 9월 중 EV6 GT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EV6의 고성능 버전이다.

최고출력 584마력, 최대토크 740Nm의 성능을 갖춰 EV6 롱레인지 모델의 320마력·605Nm보다 강력한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5초로 역대 국내 출시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빠르다. 가격은 7000만원 이상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이달 중순쯤 아이오닉6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아이오닉6는 전기소비효율이 6.2㎞/kWh(18인치 휠·스탠더드 2WD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524㎞(18인치 휠·롱레인지 2WD 기준)에 달한다.

지난달 22일 사전계약을 시작했는데, 첫날 3만7446대가 계약돼 기존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가격은 5200만원부터 시작해 대부분 트림이 보조금 지급 구간에 들어 있다.

통상 3·4분기는 자동차 시장의 성수기로 불린다. 해가 넘어가면서 연식이 바뀌는 제품의 특징, 연말 성과급 등으로 넉넉해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 등이 자동차 수요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을 필두로 한 전통 내연기관 강자들이 서둘러 전기차 전환에 돌입하면서 하반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한껏 늘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170만대 내외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고 전기차 인프라 확충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에 해외 유수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제품 경쟁력이 입증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한다는, 일종의 ‘게이트웨이’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테스트베드’로 여겨지는 국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4만6909대이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0만681대로 115% 늘었다.

이는 중국(158%)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성장 속도로 미국(95%)의 성장률보다도 높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등록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는 1만5193대로, 지난해 8월의 1만498대보다 44.7% 늘었다. 휘발유(6.9%), 경유(14.0%), 하이브리드(10.8%) 등 타 연료 차량의 증감률에 비해 3~4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인프라 확충은 여전히 숙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2.6대로 전 세계 평균인 9.5대보다 적어 충전 인프라 수치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저속 충전기 위주로 보급돼 있으며 고장률도 높아 충전 인프라의 운영 내실 등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충전 여건도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