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추석이 다가오자, 상담에 오시는 분들이 부쩍 쓸쓸하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명절이 되면 평소에는 잘 떠올리지 않던 기억들이 음식 냄새 하나, 사진 한 장에도 선명해지곤 한다. 익숙했던 골목과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 명절이면 북적이던 집, 예전의 내 모습까지 한꺼번에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북적북적하고 즐거웠어요.”
“괜히 고향이 생각나요.”
사전적으로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랐거나, 오래 살아 정든 곳을 뜻한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마음을 붙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장소애착(place attachment)’이라고 한다. 이런 애착은 그곳의 풍경이나 건물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 반복했던 일상, 함께했던 경험이 쌓이면서 그 장소가 점차 나에게 특별한 곳이 되고 정서적인 유대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고향은 장소일까,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고향은 오래 살았던 동네와 익숙한 골목, 그리고 그곳에 쌓인 어린 시절의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때의 장소와 시간을 그대로 되찾아야만 고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 떠나 살다 보면 장소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달라진다.
도시가 빠르게 변하면서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이 더는 내가 기억하던 모습이 아닐 때도 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고향은 내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 역시 내 고향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본다. 그래서 쓸쓸함이 밀려올 때 그 감정 속에만 머물기보다, 작은 행동을 통해 마음의 흐름을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기에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린다.
맛있는 음식 한 끼를 먹고,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는 것은 어떨까?
나를 기분 좋은 것들로 채우다 보면, 지금의 내가 마음 붙이고 있는 곳에도 어느새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고, 내가 오가는 익숙한 길이 생겼으며,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도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곳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 날 문득 그리워하게 될 또 하나의 고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지나간 명절만 그리워하기보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할 사람과 새롭게 쌓아갈 기억에도 마음을 조금 내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