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선율, LA한인회의 의미
한 도시 안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동체가 되려면 마음과 목소리를 모아줄 중심이 필요하다. 별은 홀로도 빛나지만 서로 이어질 때 별자리가 된다. 타국에 뿌리내린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구심점이 바로 LA한인회다.
지난 8월 12일 오드리 어마스 파빌리온에서 LA한인회 창립 64주년 헤리티지 나잇 갈라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인 ‘하나(As One)’에는 세대와 분야를 넘어 한인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었다.
LA한인회는 정치·경제·교육·복지·문화예술을 아우르며 한인사회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한다. 각계의 지혜와 전문성을 모으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품으며, 흩어진 개인의 목소리를 ‘우리’라는 공동체의 울림으로 바꾸는 곳이다.
한인 2세인 로버트 안 회장이 이끄는 지금의 LA한인회는 1세대가 일군 역사와 헌신 위에 새로운 세대의 언어와 감각을 더하고 있다. 과거를 지우지 않으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에서 세대를 잇는 성숙한 계승과 한인사회의 밝은 가능성을 본다.
행사 브로셔를 살펴보다가 나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LA한인회 이사로, 또 문화예술분과위원장으로 함께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세월을 잊을 만큼 오래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LA한인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동시에 문화예술의 가치도 깊이 존중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이번 헤리티지 나잇에서 한층 아름답게 빛났다. 축사와 시상식은 간결하게 진행되었고, 임원진의 세심한 준비로 2부 갈라 콘서트는 품격 있는 문화예술 무대로 이어졌다. 배종훈 예술감독이 지휘한 서초교향악단의 우아한 선율은 격식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객석을 깊은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특히 열 살 바이올리니스트 리나 강의 나이를 뛰어넘는 연주는 모두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겼다. 작은 손끝에서 펼쳐진 당당한 연주는 한인사회의 미래처럼 밝게 빛났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헤리티지 나잇 갈라는 어느새 한 편의 아름다운 음악회로 기억되고 있었다. 갈라에 참석한 것인지 음악회를 감상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품격 있는 음악과 깊은 감동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그 아름다운 여운 속에서 새로운 영감과 잔잔한 행복이 피어올랐다.
오케스트라는 모든 악기에게 같은 소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음색을 간직한 채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한다. 공동체도 이와 같다. LA한인회는 서로 다른 세대와 삶의 목소리를 ‘우리’라는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왔다. 64년 동안 쌓아온 그 깊은 울림 속에서 LA 한인사회는 서로를 품으며 더욱 단단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이민자의 삶은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을 품고 흩어져 있지만, 그 기억을 하나의 역사로 이어주는 중심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공동체가 된다. LA한인회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게 하고, 이 땅에서 어디로 함께 나아갈지를 밝혀주는 든든한 등불이다. 서로 다른 세대와 삶이 한인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마음을 나눌 때, 우리는 더 이상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하나(As One)’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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