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한명을 상담하게 됐다. 30대 중반으로 부모님 사업을 승계해서 운영 중이다.
프로필 상으로 집안 자산은 200억대, 본인 자산도 50억 이상이었다.
그동안 거쳐온 결혼정보회사가 다섯 곳이나 된다고 하니 가입비만도 수천만원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성상이 까다로웠고, 100명 이상을 만났다.
우리 회사에서도 맞는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담당 매니저가 나한테 이 남성을 특별상담 해보라고 했다.
남성과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문자가 자주 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주사가 있나, 술 마시고 이러나’ 싶어 안될 것 같아 상담을 취소했다.
2주 정도 지나서 갑자기 사무실로 오겠다고 했다. 그 전에는 기세등등 하더니 이제는 발톱 빠진 호랑이 같이 힘 없는 목소리였다.
마침 시간이 맞아서 오라고 했는데, 바로 달려왔는지 거리가 멀었는데도 2시간 만에 왔다.
만나는 순간 촉이 작동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남녀 만남은 숨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 남성의 분위기나 스타일이 본인이 제시했던 프로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뭔가 이상했다.
1시간 이상 날카롭게 질문을 했다. 내 결론은 남자의 경제력이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 자산이 200억대라고 들었지만, 아닌 것 같아 돌직구를 날렸다. “집안 자산이 한 3-40억대 되나요?”했더니 남성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렇다”고 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매너, 말주변, 인상 등을 보면 이성을 3-4번 만나기도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100명 이상 만났을까 싶었다.
3-40억대라는 집안 자산과 본인 자산에 대해 검증이 더 필요했다.
“본인 명의라는 부동산도 등기를 확인해야겠다”, “현금 자산도 나만 보고 폐기할 테니까 통장 잔고증명을 보여줄 수 있나?”라고 밀어붙였다.
여기서 자신있는 사람과 자신없는 사람의 태도가 나온다. 그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서류를 내야 된다고 하니 이후로는 연락이 없다. 남성의 프로필은 과장된 허상이었던 것이다.
배우자 만남에서 조선시대에는 가문과 가문이 만났다. 지역 사회니까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안다. 어느 집 누구, 하면 평판을 통해 검증이 되므로 신뢰있는 만남이 된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가족 중심 사회가 깨졌다. 결혼정보회사나 데이팅 업체가 소개를 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필이 중요해졌다.
만남이 잘 안되는 경우는 두가지다.
본인이 많은 성취와 능력이 있음에도 이런 걸 보고 상대를 판단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너무 감춰서 만남이 안되는 사람이 있다.
또 반대로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과장해서 처음에 만남은 쉽게 이뤄지지만, 만나보면 금방 드러난다. 그래서 만남이 잘 안된다.
오늘 면담했던 남성은 후자에 해당된다. 배우자를 만날 때 자기 프로필을 피알하는 시대인데,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소개해본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 (ceo@coupl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