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표 개인의 ‘태도’에 대한 민주당 내부 평가는 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지도부와 원내에선 이 대표가 각종 위기에도 경험치가 쌓인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평이다. 시사저널과 만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총선 전에는 사람들의 질문에 의심부터 했다면, 최근에는 사람들 말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유연해진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예전에는 이 대표가 당무와 관련해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며 재촉하는 모습이었다면, 최근에는 압박감을 한결 내려놓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일부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초조함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당직자들은 시사저널에 “이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10월이 다가올수록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본인의 사법적 문제가 당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에게 누적된 ‘사법 리스크’는 뇌관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 총 7개 사건과 11개 혐의로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재판은 이달 중으로 마무리돼,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미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하거나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인 만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15일로 예정돼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 결심공판도 오는 9월30일 열린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의 결심이 이달 안에 열리는 만큼, 1심 선고도 11월 내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대북송금 의혹’ 등 여러 사건도 10월부터 줄줄이 재판이 잡혀있어 이 대표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사법부에서 공직선거법 사건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 위증교사 등 일반 형사사건은 금고 이상의 형만 내려도 이 대표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결국 의원직 상실은 물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물론 당장의 1심 판결은 정치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거쳐 나오는 확정 판결은 이 대표의 정치 명운을 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에 민주당 차원에서도 ‘몽골 기병’처럼 대응 움직임이 빨라진 모습이다. 민주당 소속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법 왜곡죄(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 추진에도 돌입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처벌 또는 처벌 면제를 위해 법률 적용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범죄사실이 인정되는데도 기소하지 않거나 증거를 은닉 또는 조작할 때도 처벌하도록 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검찰의 법 왜곡 행위를 직접 형사 처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검사의 ‘근무 평정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법 왜곡죄’와 함께 법안심사제1소위에 회부시켰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근무 성적 및 자질평정 평가 기준에 ‘기소 사건 대비 유죄 판결 비율’을 포함시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박상용 수원지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도 10월2일에 열기로 의결됐다. 지난 8월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이어 두 번째 ‘검사 탄핵’ 청문회다.
여기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해 ‘이재명 엄호’에 나선 분위기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와 관련해 ‘무죄’를 주장하는 릴레이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해당 서명운동은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잼나라’ ‘재명이네 마을’ 등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에 이어 사법부에 대해서도 정치적 압박을 주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더십’ 위협받는 李…“한 명 지키다 전체가 ‘닭 쫓던 개’ 될 수도”
이 같은 기류와 별개로 당내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정에 비명(非이재명)계 인사들을 기용해 세를 키운데 이어, 이 대표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25만원 지원금법’를 저격하며 이 대표와의 정면 승부에 나섰다. 최근 김 지사의 행보에 친명계 내부에서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통화에서 “김 지사는 중도 확장성에서 장점이 있다”며 “‘포스트 이재명’ 논란이 가열될 상황을 대비해 본인만의 플랜을 짜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물론,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조만간 ‘몸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풀어준 것이 그것(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취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며 “여기에 친명(親이재명)계 모임인 ‘민주주의 4.0’나 비명계의 모임인 ‘초일회’도 시동이 걸렸다”며 본격 당내 ‘플랜B’가 가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도 한 달도 남지 않은 ‘10‧16 재보궐선거’를 놓고 연일 견제구를 날리며 보수 진영의 ‘맹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의 텃밭인 호남 선거까지 패배하게 되면 치명타를 입게 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예년과 달리 9월24일 직접 전남 영광을 찾은데 이어, 당의 한준호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까지 동원해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결국 이 대표 입장에선 ‘11월’까지 사법 리스크를 비롯한 위기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진중권 교수는 “(이 대표의 각종 사건들이) 1‧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이 흔들릴 것이다. 본인들도 승산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민주당 입장에선 한창 대권 레이스를 진행하는 중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아웃되는 셈이다. 정권을 고스란히 탈환하지 못하고 넘겨주게 되면 ‘닭 쫓던 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해서 민주당 집단 전체가 그걸(방탄을) 해줄까. 여기에 (대선) 선거비용 400억원 대도 있는 만큼, 이로 인한 타격의 책임은 이 대표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체제가 불안해지고 (이 대표를) 대선까지 써먹을 카드라는 확신도 사라지면, 이 대표에 반감 가지는 지지자들과 호남의 흔들리는 민심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위기는 유예된 것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가을’은 1년 농사의 결실을 수확하는 동시에, 다가올 추위와 시련을 앞두고 있는 계절이다. 이 대표는 1년 전 위기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결로 기사회생해, 강서 재보궐선거와 총선을 내리 이기며 ‘당권 연임’과 ‘대권 가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도 이 대표의 정치생명과 대권 행보가 ‘겨울’에서 끝날지, 이듬해 ‘봄’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사법부의 손에 맡겨질 전망이다.
출처 : 시사저널(https://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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