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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부문에서도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데보라 프랜시스 화이트는 3월 9일 가디언(Guardian)지의 오피니언 면에 올린 기고문에서 “지난 2020년 3월을 떠올려보면 컨퍼런스 콜에서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다고 토로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라면서, “1년이 지난 현재, 이제는 봉쇄조치로 인해 우울하다거나 홈 스쿨링이라는 족쇄에 갇힌 기분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Mental health)’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 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만연한 나머지 이는 심지어 기업에조차 큰 관심사가 됐다.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 부문에서 일부 의료진의 약 절반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던 런던의 버스 기사들은 최근 파업을 결심한 이유로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 때문이라고 밝혔다. 식품 소매업 부문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번아웃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직업군 모두 팬데믹 기간 동안 매우 바빴으며, 이에 따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는 I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IDG 커넥트(IDG Connect)가 2020년 4월 실시한 설문조사는 봉쇄조치가 IT 부서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 수준을 보여줬다.
IDG 커넥트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주7일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거의 하룻밤 만에 전사적으로 시행됐던 재택근무를 지원하고자 필요했던 ‘엄청난 노력’이 내부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작년 6월 英 기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하비내시(Harvey Nash)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IT 부문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36%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또한 IT 리더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리더들이 정신건강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가?
팬데믹 기간 동안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운영하느라 고군분투했던 기술 리더들도 정신건강 문제에 직면했다.
2020년 11월에 발표된 英 엔드투엔드 IT 솔루션 업체 펄선트(Pulsant)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중견기업 IT 의사결정자 201명 가운데 약 3분의 2(65%)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80%는 이렇게 증가한 스트레스가 건강과 웰빙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IT 운영 책임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는 하비내시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4분기에는 5명 중 1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3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하비내시의 디렉터 롭 그림지는 2021년 2월에 실시한 후속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수치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뀐 게 있다면 바로 기업이 직원들을 위한 공식 및 비공식 지원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전체 설문조사에 걸쳐 데이터를 비교해 봤을 때 기업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더 많이 지원하고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업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까?
많은 기업의 과제는 서로 다른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요인과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다.
SAP 영국 지사의 HR 부문 디렉터 자스민 만텔은 “모두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전례 없는 경험이었다. 모든 직원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하려면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SAP는 특정 문제를 지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페피 패어런트후드(Peppy Parenthood)’는 부모가 된 직원들에게 전문가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네버 런치 얼론(Never launch alone)’은 봉쇄조치 기간 동안 고립감을 느끼는 전 세계 SAP 직원들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뮤직 다이어트(Music Diet)’는 신경과학 기반 기술을 사용해 뇌 건강과 정신적 회복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음악을 사용하는 웰빙 프로그램이다.
만텔은 “이 밖에 50명 이상의 훈련된 정신건강 응급처치요원이 있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이들이 정신적 문제를 느낄 때 이를 자유롭게 토로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캠페인(‘Are you ok’)도 시작했다”라면서, 이러한 접근방식이 내부 지원과 외부 리소스를 혼합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외부 리소스의 대표적인 예가 발프로(Balpro)다. 발프로는 IT 및 기술 기업이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발프로의 창업주이자 고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던 앰버 코스터는 “발프로에서 제공하는 지원은 주로 역할에 구애받지 않긴 하지만 관리자가 팀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무 연차에 따라 특정 프로그램을 분류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팀, 영업팀, 크리에이티브 및 경영 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동일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정신건강 상태가 더 나아지고 더 많은 동기를 부여받으며 기업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웰빙’의 역할은 무엇일까?
팬데믹 그리고 정신건강과 관련돼 많은 연구가 진행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업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조직의 성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점점 더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터는 “하지만 직원들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이어서 그는 “조직의 문화, 미션, 가치에 집중하면서 기업은 반응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직원 및 비즈니스의 장기적인 성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HR 부문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회고록을 출간한 캐롤라인 홉디는 “대기업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건강 전문가(Wellness Specialists)’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웰빙을 아웃소싱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전문가들이 HR과 협력해 리더들을 업스킬링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홉디에 따르면 ‘건강 전문가’의 역할은 두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리더들이 팀 내의 다양한 업무 방식을 더욱더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웰빙’과 관련해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출처 : CIO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