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서 대표까지 20년 - 한국HPE 김영채 대표가 전하는 커리어 노하우

등록일: 09.14.2022 16:31:58  |  조회수: 1732

한국HPE 김영채 대표

최근 1~2년 동안 IT 분야에서는 유독 ‘비IT’ 용어가 자주 오르내렸다. 대퇴직을 비롯해 MZ 세대, 구인난, 유연 및 탄력 근무제, 직원 경험과 같은 HR 관련 용어들이 빈번이 사용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클라우드 트랜스포메이션,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 등으로 불리는 거대한 변화가 기업 IT 분야를 압박하는 가운데, 개발자를 비롯한 IT 전문가들의 영입과 유지가 어려워진 영향이 컸을 터다.

일정 부분 코로나19가 촉발시킨 이러한 변화는 거의 모든 IT 종사자들에게 새롭게 적응하고 고민해야 할 ‘꺼리’로 부상했으며, CIO를 비롯한 IT 리더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한국 대표로 취임한 김영채 대표는 이러한 ‘HR’ 측면에서 이색적인 인물이다.

그의 첫 직장이 HPE의 전신인 한국HP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무려 한 직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대표에까지 오른 셈이다.

이직이 잦은 IT 분야에서, 그것도 평균 재직 기간이 몇 년 정도로 추정되는 외국계 IT 기업에서는 그야말로 희귀한 사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지사는 대개 ‘세일즈’ 출신이 총괄한다.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운영하기보다는 영업 사무소로서의 역할이 큰 탓이다. 국내 지사장이 최고 기술 영업 책임자인 사례가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영채 대표는 경력 초기 세일즈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마케팅과 전략기획을 비롯해 각종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심지어 그는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비엔지니어 출신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직장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의 남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HPE 사옥에서 한국HPE 김영채 대표를 만났다. 

“늘 3가지 정도는 바꿔보려고 했다”

“또래에 비해 취업이 많이 늦었습니다. 사연이 있습니다.” 김영채 대표는 사석에서만 했던 이야기를 해도 될 지 모르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대 이후 경제적인 독립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학생으로서 가능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일,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에 고민했습니다.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24시간 사람이 오고 가는 택시 회사 인근에 커피 자판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학생의 시각에서 운영했던 점이 주효했습니다.”


김영채 대표에 따르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커피 양을 일정하게 지킨 것만으로도 기사분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그가 운영하는 자판기가 늘어났다. 나중에는 간단한 고장 정도는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커피 유통업자와도 안면을 텄습니다. 그는 곧 원두 커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커피 원두 공급 사업에도 손을 댔습니다. 이렇게 벌려 놓은 일들이 사실 꽤 괜찮았습니다. 취직 대신 대학원에 진학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커피 사업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HP에 입사했습니다.”

공공 영업으로 시작한 그는 이후 프로덕트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HP 스토리지를 시작으로 서버 프로덕트를 담당했으며, 이후에는 신설 조직인 엔터프라이즈 마케팅을 관리하게 된다. 김영채 대표는 이후 x86 서버 사업부를 맡았으며, 다시 유닉스 사업부와 합쳐진 서버 사업부, 스토리지 사업부까지 합쳐진 제품 사업부를 총괄했다. 해당 조직은 이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팀으로 변화해 한국HPE 전체 매출의 75~80%를 담당하게 된다. 

“전임 대표님이 퇴직한 후 인터뷰를 거쳐 대표로 임명됐습니다. 이제 2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그때 일이 재미있었고 덕분에 호기심을 가지고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점점 더 큰 일을 맡겨주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이야 공자님 말씀이지만 일이 재미있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글로벌 규모의 거대 IT 기업에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역할과 책임을 확장해간다는 것이 그리 만만할 리 없다. HP와 HPE라는 조직에서는 수 차례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좀더 구체적인 ‘비결’을 물었다.

“계기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새로운 책임을 맡을 때는 전임자가 하지 못했던 3가지 정도는 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새로운 챌린지를 찾아 해결하는데 개인적으로 더 큰 비중을 뒀습니다.”

김영채 대표는 이를 위한 조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해당 업무를 샅샅이 알아야(Know My Business) 한다. 비즈니스와 주변의 생태계까지 속속들이 파악해야 3가지 정도의 개선점을 포착하고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반쯤은 끝났다고 그는 표현했다.

“이후에는 약점을 수정하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안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유로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선순위를 내리면 됩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 이런 마음가짐으로 접근했더니 성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조직이나 업무를 맡겨볼 만하다는 평판을 만들어냈던 것 같습니다.”

“커리어, 종착역을 함께 생각했으면…”

인터뷰를 전후해 HPE 관계자들에게 김영채 대표에 대한 인물평을 물어본 바 있다. 가장 인상적인 평가는 ‘신기한 사람’이라는 평이었다. 한 HPE 관계자는 “과거 김영채 대표의 보스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너무 수고하는 거 같아. 연봉 올려줘야겠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어떻게 모든 상사로부터 그러한 평가를 받는지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HPE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기본적으로 주변에 사람이 많다. 상하좌우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탁월하다. 조직 전체에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워지고 많아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일까? 김영채 대표와의 인터뷰 과정은 기술 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로서는 꽤나 낯설었음을 알린다. IT 기술이 구현해낼 아름다운 시나리오나 비전 등에 대한 천상의 이야기가 오가는 대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에 대한 이야기를 지상의 현장에서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경쟁업체에 대한 언급은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물었을 때조차 조심스럽게 답했으며 IT 전문가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물었을 때에도 단정적인 표현은 아예 없었다. 심지어는 사실상 경쟁 솔루션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없는 그린레이크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 관리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다른 톤으로 말했다. MZ 세대, 대퇴직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 마지막 5년이 전체 커리어의 꽃이 됩니다.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면 전체 연봉의 절반 이상을 마지막 5년 동안 벌게 될 겁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자신의 종착역을 염두에 둔 커리어인지를 살펴볼 만하다는 겁니다.

직장을 옮길 수도, 직종을 바꿀 수도 있으며 모두 자신의 전략과 책임 아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각 직장과 직무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한 채 쉽게 옮기는 모습을 볼 때는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특히 경력 초기에 경험과 역량을 좀더 추구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CI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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