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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가장 가혹해..전기차 주행거리 인증 왜 짧아질까

아우디 Q4 e-트론

"한국이 가장 가혹합니다." 얼마 전 전기차 신차 발표회에서 만난 수입차 업체 임원의 이야기다. 한국 환경부가 인증하는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가혹한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주행거리 인증에 비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것이 다반사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가 대세다. 현대기아를 필두로 여러 수입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속속히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은 주행거리다. 전기차 보조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구매를 결정하는 민감한 사항이다.

유럽에서 500km가 넘는 주행거리를 인증 받은 차들이 국내에서 인증을 받으면 400km도 못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분석해봤다.

유럽 전기차 주행거리 기준은 WLTP (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다. 기존 유럽에서 사용하던 NEDC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UN산하 유럽경제개발기구 주도로 개발됐다.

WLTP 인증 테스트는 총 23km를 주행한다. 평균속도는 시속 47km다. 최고속도는 130km/h다. 고속도로보다는 도심 주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에서는 EPA 기준을 사용한다. WLTP보다 주행거리가 1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을 모두 진행한다. 두 가지 주행 모두 배터리가 0%가 될 때까지 주행한다.

주행한 거리에 0.7을 곱하면 주행거리 산정이 완료된다. 0.7을 곱하는 이유는 외기 온도나 주행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직접 대입하지 않아서다. 더위나 추위 때 전기차를 운행하면 30% 정도 감소하는 것을 감안해서다.

국내 환경부는 조금 더 가혹한 환경에서 주행거리 인증을 진행한다. 전 세계 주행거리 인증 기준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제조사들은 실제로 주행하면 훨씬 더 갈 수 있는데 국내 인증을 적용하면 유독 거리가 짧아진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EPA 기준을 참고한다. EPA와 동일하게 테스트 진행 후 결괏값에 70%를 환경부 자체적인 ‘5-Cycle’라는 보정식에 대입한다. 국내 도로에 맞는 시내 주행, 고속도로 주행, 고속 주행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등을 고려한 상황이 보정식에 담겨있다.

추가적으로 더 가혹한 것은 고온 및 저온 주행거리를 각각 산출한다. 저온 주행거리가 고온 주행거리에 비해 70%가 되지 않으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달 출시한 아우디 Q4 e-트론은 저온 주행거리가 대폭 짧아져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WLTP 기준은 주행거리 표본이 너무 작고 기후 환경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WLTP 기준 614km 갈 수 있는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국내에서 528km를 인증 받았다.

아이오닉 5(503 ->458km), EV6(528km->475km) 등 다른 차량들도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줄었다.

문제는 한국 인증 방식에서 유독 폭스바겐그룹 전기차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다. 522km 갈 수 있는 폭스바겐 ID.4 Pro는 우리나라에서 405km를 갈 수 있다. 유럽에서 520km로 인증받은 아우디 Q4 e-트론은 국내 인증 거리가 368km에 불과하다. Q4 e-트론은 히트펌프도 포함됐지만 저온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진다.

통상적으로 제조사들이 차량을 개발할 때에는 타깃층을 설정하고 그 시장에 맞춰 상품을 개발한다.

폭스바겐그룹은 판매 주요 본거지가 유럽인 만큼 WLTP 기준에 맞춰 전기차 주행거리 세팅을 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전기차가 대거 등장하고 인프라 개선에도 열을 올린다.

충전 환경이 좋아지면서 주행거리 중요성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은 이용자들에게 주행거리는 구매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제조사들은 ‘실주행거리가 (가혹한) 인증 주행거리보다 길다’고 홍보하기로 한다.

적어도 국내 환경부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꽤 많아 보인다. 과거 내연기관 연비 인증에 후하기로 소문났던 것에 비해 전기차는 가혹한 조건을 적극 반영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고를 때 "인증 주행거리보다는 더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한국 만의 전기차 인증 주행거리다.

<출처 : 카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