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68%, 현대기아가 9%, 포드가 6.2%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2020년 79%, 2021년 69.95%로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점유율은 1% 하락했지만 다른 회사들의 미국 시장 판매 대수는 58%나 늘었다는 것이 그 상황을 말해 준다.
신차 시장 전체로는 테슬라의 점유율은 5.6%다.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테슬라가 네 개, 현대기아가 세 개, 포드와 닛산, 폴스타가 각각 한 개씩이었다.
2022년 7월 기준 미국 내 세액 공제를 받는 배터리 전기차 모델은 74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모델은 105개다.
배터리 전기차는 포드가 9개로 가장 많고 BMW와 현대기아가 각 7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BMW 18개, 볼보 16개, 포르쉐 10개, 현대기아 7개, 포드 4개 등이다. 모두 생산지와는 관계없이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1월 이후 전기차 누계 판매가 20만 대가 넘는 업체는 세제 혜택에서 제외됐는데 지금까지는 테슬라와 GM, 토요타가 그에 해당한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당연히 수입 전기차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니까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기아 니로, BMW iX, 토요타 bZ4x 등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산 전기차 중에서도 허머 EV나 루시드 에어, 테슬라 모델S와 모델X는 해당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2025년에야 출고되기 때문에 그동안의 판매 증가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바뀐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브랜드 당 20만 대로 제한했던 세액 공제 상한 물량을 해제하고 2032년까지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또한 고급차와 고소득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판매 가격 상한제가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의 소득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 판매 가격 5만 5,000달러 이상의 승용차와 8만 달러 이상의 SUV와 픽업트럭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고소득층의 세액 공제 혜택 축소를 위해 1인 가구 소득 연 15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가구 소득 연 30만 달러 이상의 구매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중량 1만 4,000 파운드(6,328kg) 이하 비 내연기관 상용차는 최대 7,500달러, 그 이상 중량 상용차는 4만 달러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차령 2년 이상의 중고전기차도 판매가격 2만 5,000달러 미만에만 판매가격의 30% 내에서 최대 4,000달러 세액을 공제해 준다.
현시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델로는 GM의 캐딜락 리릭과 쉐보레 블레이저 EV, 볼트, 볼트 EUV, 실버라도 EV, 포드 F-150 라이트닝, 머스탱 마하-e, 닛산 리프, 리비안 R1S, R1T, 테슬라 사이버트럭, 모델3, 모델Y, 2023년부터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될 폭스바겐 ID.4 등이다.
다만 테슬라와 리비안의 경우 옵션과 트림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철저하게 자국 메이커 보호법이다. 자유무역경제를 강조하며 세계화를 이끌었던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해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 성장 기회
이처럼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함인데 세계 배터리 회사들이 광물 70% 전후를 중국에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리튬과 니켈 등 광물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1월부터 적용될 새로운 법안은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세액 공제 차등 지원된다.
북미산 전기차 중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한 핵심 광물 사용 비율과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배터리 부품 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한다.
불과 수년 전 한국이 관세 외 무역장벽으로 미국차 판매를 방해한다고 공식적인 의사까지 전달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아예 공개적으로 차별정책을 교묘하게 시행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데도 한국의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은 미국의 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저 하늘만 쳐다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경제 보복하거나 중국산 배터리의 사용을 강제했던 중국과 다를 바 없는데도 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다르다.
7,500달러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 광물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앞으로 핵심 광물 25종의 구체적인 제련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제련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2023년 40% 이상, 2027년부터는 80%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은 2023년 50% 이상, 2028년부터 100%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가 부여된다.
중국과 러시아산을 사용하면 제외되는데 다만 중고차에는 이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 연구권은 미국 배터리업체들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저가 배터리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캐나다, 칠레 등에서 전기차 핵심 광물을 수입하고 자체 핵심 광물 생산뿐 아니라 캐나다와의 협력을 통해 북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참고로 미국 에너지부는 2020년 에너지법에 근거해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67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해 핵심 광물 연구?개발연구개발실증 상용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테슬라가 일찍이 호주로부터 리튬과 니켈을 수입을 늘린 것이 돋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로 인해 호주는 올해 리튬과 니켈 수출이 각각 10억 호주달러, 40억 호주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내연기관차의 석유를 대신하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테슬라는 리튬의 3/4, 니켈의 1/3을 호주에 의존하고 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테슬라는 중국에도 연산 75만 대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준공 1년 반 만에 누계 10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사용되는 배터리 셀의 약 70%는 CATL에서, 30%는 LGES에서 공급받는다.
여기에 BYD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중국 CATL과 BYD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을,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을 탑재한다.
미국산 모델에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을 사용한다.
이렇게 보면 현시점에서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될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이미 트럼프와 바이든이 리쇼어링 정책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확대했다.
미국과 중국이 어떤 형태로 싸우든지 테슬라는 생산 용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구글도 중국으로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충전기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충전소 설치비용 세액 공제를 3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역별 전기차 보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 주 정부 충전기 설치 지원 예산도 차별화한다.
2021년 제정된 하부 구조법의 1조 달러 예산 중 75억 달러를 주 정부 충전기 설치에 보조하여, 현재 12.4만기의 공공 충전기를 `200년까지 50만 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지역에는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나, 개인용 충전기에 대해서는 소득에 상관없이 설치비용의 30% 최대 1,000달러 세액 공제를 지원한다.
전기차 판매 가속화와 탄소중립의 이율배반
미국의 이번 법안은 나라별 손익계산을 떠나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법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3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블룸버그는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가 신차 판매의 23%인 2,060만대로 증가한 후, 230년에는 3,900만대로 증가하리라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들이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5.5만~8만 달러 모델 생산에 치중할 것이며, 고급 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적극적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시점에서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내연기관차 평균 판매가격이 4만 6,000달러지만 전기차 모델 평균 판매가격은 6만 6,000달러로 가격 격차가 큰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자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리튬 가격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네 배 이상 급등해 배터리 가격이 인상됐고 연쇄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상승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문제도 발등의 불로 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당장에는 여러 가지 상반된 전망이 있지만 미국이 원하는 데로 블록 경제 시대가 세계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적으로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을 제외하고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국은 레이건 시절부터 금융자유화를 추진하고 클린턴은 금융규제철폐를 내 세우며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세계화를 선도했다.
그로 인해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서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며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까지 초래했다. 더불어 미국 자동차산업은 본업보다는 금융업에 집중해 결국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은 경제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달러를 마구 찍어내 그 위기를 극복했다. 그 사이 자연스럽게 돈은 미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돈은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테슬라는 그들의 미래가 중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테슬라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의 많은 완성차회사와 부품회사들은 중국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도 리쇼어링과 프랜드리 쇼어링을 외치며 미국 중심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일자리가 늘기 때문에 좋아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표를 위한 정책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바이든은 기업을 지원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업체에 지원하는 수준 높은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역으로 유럽과 한국은 미·중 패권 전쟁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제조업체는 생산시설을 옮기면 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일자리가 줄고 산업생산이 감소해 경제 규모의 축소를 피할 수 없다.
한국의 현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당장에 법인세 인하한다고 기업에 투자할 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은 그런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바이든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탄소중립은 한 나라나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각 나라가 장점이 있는 제품을 생산해 비용은 물론이고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지만 각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분포한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제품 가격을 낮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논리를 인정한다면 바이든이 서명한 이번 법안은 결국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수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출처 : 글로벌 오토 뉴스>